전세보증금과 관련한 임대인의 도덕적 해이를 예방하려면 임대인의 상환 능력을 고려해 보증료율 차등 적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왔다.
문윤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2일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제도 개선 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전세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제도의 보증료율을 현실화·차별화하고 이를 중심으로 전세 관련 보증제도를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임대인이 보증금을 상환하지 않을 때 보증 기관이 이를 대신 갚아주는 제도다. 특히 한국주택금융공사(HF)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 보증 기관의 보증 잔액은 170조 원에 육박한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택 시장 부진으로 깡통전세·전세사기 문제가 불거지면서 세입자가 전세 계약 해지 이후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보증 사고 역시 급증하는 추세다. 올해 7월까지의 보증 사고 금액이 2조 원에 달한다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5월부터 반환보증의 가입 요건을 공시 가격의 150%에서 126%로 낮춰 잡아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저가의 연립·다세대주택에 거주하는 취약 임차인이 반환보증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KDI는 우선 임대인의 실제 상환 능력을 고려해 보증료율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 연구위원은 “임대인의 정보를 고려한다면 보증료율 일부를 임대인에게 나눠 부과해 임차인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임차인이 보증금을 전액 부담하고 있다. 다만 보증료율을 현실화하면 전세가율이 높은 저가 주택의 보증료율이 크게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문 연구위원은 “전세대출 시 반환보증 가입을 의무화해 전세대출 보증을 축소해나갈 필요가 있다”고도 제안했다. 전세대출 보증은 임차인이 금융기관에서 빌린 전세대출의 상환을 보증하기 위해 발급된다.
아울러 문 연구위원은 “에스크로제도를 활용한 혼합보증제도를 장기 과제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에스크로를 전세에 적용하면 임차인이 대여한 보증금을 임대인이 아닌 제3자가 보관하게 돼 보증금을 보다 두텁게 보호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다만 문 연구위원은 “에스크로제도를 전면 도입한다면 임대인이 보증금을 전혀 사용할 수 없어 월세와 다를 바 없다”며 “전세제도를 유지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도입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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