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넥슨그룹 지분 매각 작업을 본격화했다. 올 초 넥슨그룹 2대 주주에 오른 정부의 지분 가치는 4조 7000억 원이다. 연내 매각이 성사될 경우 부족한 세수를 메울 ‘구원투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지난달 넥슨 지주사 NXC의 비상장주식 가치 평가 작업에 착수했다. 가치 평가는 외부 회계법인이 캠코 위탁 용역을 받아 수행한다. 캠코는 최근 일부 회계법인을 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NXC) 지분 매각을 위한 절차를 밟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캠코가 NXC 비상장주식 가치 평가 작업에 나선 것은 정부가 소유한 지분을 털어내기 위해서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올 2월 NXC 지분 29.3%를 보유하며 2대 주주에 올랐다. 고(故) 김정주 넥슨그룹 회장 유족이 상속세로 NXC 주식을 물납했기 때문이다. 물납은 현금 대신 주식·부동산 등 현물로 세금을 내는 방식이다. 정부는 국유재산법에 따라 물납받은 현물을 처분할 때 자산 가치를 매기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기재부의 NXC 지분 가치는 최소 4조 7000억 원이다. 국세청은 NXC 지분 물납 과정에서 이같이 상속세 평가액을 매겼다. NXC 물납 주식 85만 2190주는 약 3조 9000억 원으로 평가됐고 해당 금액에 20%를 할증에 최종 평가액을 4조 7000억 원으로 산정했다. 할증된 20%는 통상 최대주주 주식에 있다고 간주되는 ‘경영권 프리미엄’이다.
연내 매각 가능성도 주목된다. 정부로서는 올해 50조~60조 원 규모의 ‘세수 펑크’가 예상되는 만큼 NXC 지분 매각은 간절할 수밖에 없다. NXC 지분 매각이 속도감 있게 진행돼 5조 원 규모의 현금이 국고로 들어올 경우 기재부가 마련 중인 세수 펑크 대책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캠코가 용역 회계법인 측의 가치 평가 산정 기간을 5주로 잡은 것도 그래서다.
단 국세청이 매긴 상속세 평가액(4조 7000억 원)보다 낮은 가격에 팔리면 ‘헐값 매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지분 가치가 수조 원에 달하는 만큼 인수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 관계자는 “매각 목표 시점은 정해 놓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한국은 세계적으로 상속세 부담이 큰 나라로 꼽힌다. 국내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DC) 회원국 중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단 한국의 경우 기업 경영권을 물려받으면 상속세율이 60%까지 치솟는다. 최대주주 할증과세가 적용된 상속세율(60%)만 놓고 보면 OECD 평균(15%)의 4배에 달한다. 프랑스(45%), 미국(40%), 영국(40%) 등 일부 국가도 상속세율이 낮은 편은 아니지만 공제 혜택이 커 실효세율은 비교적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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