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1인당 국민총소득(GNI) 목표를 4450만 원으로 잡았다. 이는 올해 목표치(4300만 원)보다 3.5%가량 높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부동산 위기와 교역 조건 악화 등에 따른 하방 리스크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4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도 성과계획서’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거시경제 정책 관련 성과지표로 1인당 명목 GNI 4450만 원을 제시했다. 기재부는 “1인당 GNI 실적치의 최근 3년간 평균 증가율 수준인 약 3.3%를 적용해 목표치를 설정했다”고 밝혔다.
1인당 GNI는 우리나라 국민이 국내외 생산 활동에서 벌어들인 소득(GNI)을 인구수로 나눈 것으로 국민들의 평균적인 생활 수준을 잘 보여준다. 이 때문에 정부는 올 초부터 기재부 재정 사업의 대표 성과지표로 관리재정수지와 함께 1인당 GNI를 설정해오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거시경제 측면에서 무엇을 성과지표로 둘 것인가에 대해 성장률 등을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국민들의 삶을 보여주는 데 있어서는 GNI가 중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정부 목표에 대해 달성 가능한 수준으로 보면서도 생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큰 글로벌 긴축 기조, 산유국의 감산에 따른 국제유가의 고공 행진, 흔들리는 중국 경제 등 악재가 산적해 바짝 긴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내년 1인당 GNI 4450만 원 달성을 긍정적으로 보는 쪽에서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그 근거로 댄다. 명목 GNI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에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이자·배당 이익 등을 더해 산출하기 때문에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현재 한국개발연구원(2.3%), 한국은행(2.2%), 국제통화기구(2.4%) 등 주요 기관들은 우리나라의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제시하고 있고 물가상승률 역시 2% 수준을 예상하고 있는데 이 정도면 목표 달성에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명목 경제성장률이 대략 4% 수준인 가운데 인구 증가율이 최근 낮은 모습을 보이고 있어 3%대의 1인당 명목 GNI 성장률은 달성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최근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부정적 기류가 확산되고 있는 게 문제다. 당장 중국 부동산 리스크가 중국 경제 전반의 위기로 전이될지부터 불안하다. 반도체 경기는 회복 지연 양상이 뚜렷하고 유가는 강세를 보이면서 소비·투자·무역 전반에서 리스크 요인이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교역 조건, 즉 수입품 대비 우리 수출품의 상대가격이 좋아져 순수출이 개선되는 게 중요하다”면서도 “우리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가격은 아직 하락세고 주요 수입품인 원유 가격은 오름세라 기대와 거꾸로 가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석 교수는 “고금리와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내수 소비 전망도 밝지 않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각종 소비·수출 활성화 정책으로 경제를 뒷받침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도 수출액 목표치를 기존 최고치인 2022년(6836억 달러)보다 1% 높은 6906억 달러로 제시했다. 최근 세계 경기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연평균 수출증가율 1~3%를 목표로 둬 다소 도전적인 지표를 제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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