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 효과에 뉴욕 증시가 일제 상승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생산자소비물가(PPI)와 소비 증가 지표가 나왔지만 유가 상승에 다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해석이 퍼지면서 투자 심리를 꺾지 못했다.
14일(현지 시간) CNBC에 따르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331.58포인트(0.96%) 상승한 3만4907.11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37.66포인트(+0.84%) 오른 4505.10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12.47포인트(+0.81%) 오른 1만3926.05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나스닥에 데뷔한 반도체 설계 회사 암(ARM) 홀딩스는 24.69% 급등했다. 다른 반도체 업체들도 함께 올랐다. 엔비디아가 0.21% 상승했으며 퀄컴은 1.24% 상승했다. 비라이일리파이낸셜의 최고시장전략가 아트 호건은 “암의 성공적인 IPO가 시장 자신감에 도움이 된다”며 “지난 18개월 간 사실상 닫혀있던 자본지상 창구가 다시 열릴 것이란 자신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HP는 버크셔 해서웨기아 보유 지분 1억1550만주 가운데 550만주를 매각했다는 소식에 1.78% 하락했다. 총 매각 금액은 1억6000만 달러다. 포드와 GM은 전미자동차노조와의 새 임금협상 기한이 임박하면서 각각 0.7%, 0.4% 하락했다.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은 전날 노조와 자동차 업계 ‘빅3’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기업들간의 도매 물가인 생산자물가지수(PPI)는 8월 0.7% 상승해 전월(0.3%)는 물론 시장의 전망치(0.4%)를 크게 상회했다. 2022년 6월 이후 14개월 만에 최고 수치다. 근원 PI 역시 각각 0.2%였던 전월과 전망치보다 2배 오른 0.4%를 기록했다.
PPI가 상승하면 상승분 일부가 소비자에게 전가 돼 소비자물가도 오를 수 있다. 레이몬드 제임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유지니오 알레만은 “오늘 발표된 예상보다 더 높은 PPI 수치는 대부분 에너지 가격 상승에 기인한 것일 수 있지만 연준의 여정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추후 통화정책 강화 리스크로 꼽았다.
시장은 PPI 발표 직후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 이날 PPI 상승의 60% 이상이 휘발유 가격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변동성이 큰 유가를 제외하면 근본적인 인플레이션 압력 자체가 커진 것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해리스 파이낸셜 그룹의 파트너인 제이미 콕스는 “다행이 에너지 가격을 중심으로 한 단기적 물가 상승은 아직 근원 물가에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휘발유 가격 상승의 여파로 미국 소매 판매도 8월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상무부는 이날 8월 미국 소매 판매액이 전월대비 0.6% 증가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달 증가분의 대부분은 주유소에서의 지출액이었으며 휘발유를 제외한 소매판매 증가는 0.2%에 그쳤다. 사실상 유가 상승에 따른 소매판매 증가다.
지난달 CPI가 0.6%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 계산시 8월 소매판매금액의 증가는 물가상승분을 반영한 수준이다. 소매판매는 인플레이션을 반영하지 않고 전체 판매액을 집계하는 방식이다. 인플레이션을 제외하면 소비가 급등하거나 꺾이지 않고 전월 수준을 유지했다는 의미다.
시간이 갈수록 미국 소비자들의 지출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물가 상승이나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를 앞두고 씀씀이를 줄인다는 징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소매분석가인 코리 탈로위는 “소비자들은 점점 더 일반 매장보다 할인매장을 찾고 있으며 유명 브랜드보다 저렴한 브랜드의 구매를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지표 호조에 미국 국채 수익률은 상승했다. 10년물 금리는 4bp(1bp=0.01%포인트) 오른 4.288%에 거래됐다. 정책 금리에 민감한 2년물 국채 수익률은 3.2bp 오른 5.016%를 기록했다. 소비 호조와 인플레이션 재점화 가능성에 투자자들이 국채를 매도했다.
주요 가상자산은 상승 중이다.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1.7% 상승한 2만660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더리움은 1.9% 오른 1631달러를 기록했다.
뉴욕유가는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64달러(1.85%) 오른 배럴당 90.1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웃돈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런던 ICE 거래소에서 11월 인도 브렌트유 가격도 1.82달러(2%) 오른 배럴당 93.70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15일 이후 최고치다. SIA 웰스 매니지먼트의 콜린 시에진스키 시장 전략가는 "수요가 미래에 유지되고, 잠재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공급 이슈에 더 많이 반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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