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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지각변동…미래에셋 금리형 '순자산 1위'

상장 3년만에 순자산 6.3조원

2002년 시장개설 이후 처음

삼성운용 주식형 15년만에 꺾어

고금리·박스피에 자금이동 영향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금리형 상장지수펀드(ETF)가 고금리 환경과 증시 불안에 힘입어 순자산 규모 1등 자리에 올라섰다. 국내 ETF 시장의 간판 상품인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가 15년 만에 왕좌를 내준 셈이다. 코로나19 이후 다수 운용사가 ETF 사업을 확장하는 가운데 최선두 업체의 점유율이 떨어지고 1위 상품까지 교체되는 등 시장 전반에 강한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분위기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 ETF의 순자산은 전날 기준으로 6조 3308억 원을 기록하며 국내 상장 ETF 766개 중 1위에 등극했다. 기존 최대 순자산 상품인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6조 1464억 원)을 약 2000억 원 차이로 따돌렸다.



미래에셋운용이 삼성운용을 제치고 순자산 1등 상품을 운용한 것은 지난 2008년 이후 15년 만이다. ‘TIGER 200’으로 KODEX 200을 제친 2008년에도 1위 자리를 고작 사흘 밖에 유지하지 못했다.

ETF 시장 전체에서 금리형 상품이 1위를 차지한 경우도 2002년 시장 개설 이후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ETF 업계 최고 히트작인 KODEX 200도 금리형이 아닌 주식형 상품이다.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 ETF가 순자산을 빠르게 불린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금리 인상 효과 때문으로 풀이된다.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는 금융투자협회가 매일 고시하는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수익률을 추종하는 국내 첫 금리형 ETF다. 매일 이자가 복리로 쌓이는 데다 은행 예금과 달리 쉽게 현금화할 수도 있어 대표적인 ‘파킹형(보관형) ETF’로 꼽힌다. 2020년 7월 100억 원으로 상장한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의 순자산은 지난해 1월만 해도 2500억 원 안팎에 불과했다가 같은 해 5월 5000억 원, 9월 1조 원, 12월 3조 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 2월 5조 원까지 넘겼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코스피200 지수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자 금리형 ETF로 자금이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ETF 산업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기존 시장 구도에 균열 조짐이 나타난 지점은 비단 상품 순위뿐이 아니다. 지난달 말에는 업계 1위 삼성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이 39.92%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40% 밑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삼성운용의 점유율은 2020년까지만 해도 50%를 웃돌다가 2021년 말 42.27%, 2022년 말 41.96%으로 하락했다. 반면 2020년 말 25% 안팎에 그쳤던 미래에셋운용의 시장 점유율은 올 8월 말 37.5%까지 상승했다. 삼성운용과의 격차도 2.3%포인트 차이로 좁혔다. 후발 주자로서 금리형과 함께 특색 있는 주식형 ETF로 승부를 본 성과다. 2020년 출시한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의 순자산총액은 3조 원이 넘는 개인 투자자 돈이 몰린 덕분에 한때 4조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올해 7월 출시한 ‘TIGER 2차전지소재Fn’도 개인 순매수 행렬에 힘입어 최근 순자산을 7000억 원 이상으로 불렸다.

중소형 운용사들이 최근 2~3년간 ETF 시장에서 약진한 점도 운용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이다. 신한자산운용은 ‘SOL 미국배당다우존스’와 ‘소부장 시리즈 4종’ 등을 연달아 흥행시키며 지난해 8월 31일 0.9%에 불과했던 점유율을 고작 1년 만에 1.9%까지 늘렸다. 삼성운용 출신 배재규 대표를 영입한 한국투자신탁운용, ‘K방산’ 등 그룹사에 특화한 상품을 내세운 한화자산운용의 점유율도 같은 기간 4.2%에서 4.8%, 2.1%에서 2.7%로 증가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ETF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극소수 운용사가 독식하던 시장에 중소형 운용사들이 다수 뛰어들고 있다”며 "인력 영입, 상품 보수 인하, 상품 베끼기 등 출혈 전략마저 불사할 만큼 운용사 간 점유율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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