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화재보험, 운전자보험, 종합보험 등 손해보험에 가입하면서 일상생활배상책임 보험을 특약으로 가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담보를 줄여서 ‘일배책’이라고 하는데, 타인의 신체 또는 재물에 피해를 입혀 손해배상책임을 질 때 일배책 보험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손해보험협회 통합상담센터 상담 사례를 통해 실생활에서 일배책 보험을 활용할 수 있는 꿀팁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이중 주차 된 차를 밀었다가 사고가 났다면
주차 공간이 협소해 이중 주차한 후 차를 기어 중립 상태로 세워 놓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본인의 차량을 빼기 위해 이중 주차한 차주에게 연락하지 않고, 이중 주차된 타인의 차량을 밀다가 주차돼 있던 다른 차량과 충돌해 사고가 난 경우에는 파손된 두 차량의 수리비를 모두 부담해야 합니다. 이중 주차한 차주가 연락처를 남기지 않아 부득이 하게 해당 차량을 밀어 사고가 난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중 주차된 타인의 차량을 밀어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자동차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없습니다. 자동차보험은 ‘피보험자가 소유·사용·관리하는 동안 생긴 피보험자동차의 사고’로 인해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다치게 하는 손해를 보상하는 것으로, 이중 주차 사고는 본인 차량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가 아니고 타인의 차량을 미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타인의 차량을 밀어 이동시키다가 사고가 발생한 경우 자동차보험으로는 보상받을 수 없지만,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으므로, 타인에게 수리비를 물어줘야 한다면 일배책 보험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혼한 배우자와 살고 있는 자녀의 핸드폰을 망가뜨렸다면
부모가 이혼했고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자녀가 아빠 집에 놀러왔는데, 아빠가 자녀의 핸드폰을 망가뜨린 경우 아빠의 일배책 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일배책 보험의 경우 타인의 재물에 해당하나 ‘피보험자가 소유, 사용, 관리하는 동안 손해를 입었을 때’ 부담하는 배상책임은 보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피보험자가 그 피해를 과장하여 과도한 피해보상을 받게 되는 도덕적 위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아빠가 본인의 집에서 딸의 핸드폰을 만지거나 사용하다가 망가뜨린 경우, 면책 사유인 ‘피보험자가 타인의 재물을 관리하는 동안 발생한 손해’로 봐 일배책 보험에서 면책이 되는 지가 문제됩니다.
‘피보험자의 소유·사용·관리’와 관련해 법원은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그 물건의 이용으로부터 부수적인 이익을 얻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피보험자가 자기 소유의 물건에 준하는 정도로 사용?수익 또는 지배 관리를 하는 경우를 의미한다”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피보험자의 사용?관리 여부를 판단할 때 위 조항이 면책사유라는 점에서 통상적인 사용?관리보다 엄격하게 해석하도록 판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아빠가 딸 소유의 핸드폰을 만지거나 사용하고 있는 동안 망가뜨린 경우 단순히 점유 또는 사용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위 면책 조항이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일배책 보험은 ‘피보험자와 세대를 같이하는 친족에 대한 배상책임’은 보상하지 않는 손해로 정하고 있습니다. 자녀가 동일한 주민등록에 등재되어 있다면 ‘세대를 같이하는 친족’에 해당하여 일배책 보험으로 보상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동 사안의 경우 자녀가 이혼한 배우자와 같이 살고 있어 본인과 주민등록상 세대를 같이하지 않는다면 일배책 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누수 원인 탐지를 위해 빌트인 냉장고를 철거해야 한다면…
아파트나 공동주택에서 누수 문제로 인해 아랫집에 누수 피해가 종종 발생하는데, 누수가 발생한 윗집에서 민법상 공작물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합니다. 대부분의 누수 원인은 건물의 불완전시공이나 노후이므로 세입자에게 관리 소홀 등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소유자인 집주인이 책임을 부담합니다. 일배책 보험 약관에서는 “보험증권에 기재된 하나의 주택의 소유, 사용 또는 관리로 인한 우연한 사고”로 타인에게 손해가 발생해 법률상 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보상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아랫집에서 누수 피해로 인해 도배 등을 하였다면, 이러한 손해는 일배책 보험에서 보상됩니다.
한편 아랫집 누수피해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누수점검업체를 불러 피보험자 본인 집에 설치된 빌트인 냉장고를 철거하고 누수탐지를 했을 때 그 철거비용과 누수탐지시 발생한 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는 지가 문제됩니다. 상법에서는 보험가입자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 손해의 방지와 경감을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제680조). 이에 따라 아랫집에 누수가 발생했다면 그 손해가 늘어나거나 추가로 발생하지 않도록 손해를 방지?경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일배책 보험 약관에서는 이를 위해 지출한 ‘손해방지비용’도 보상하는 손해로 규정하고 있는데, 손해를 방지하거나 경감하기 위하여 필요 또는 유익했던 비용을 보상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아랫집 누수 피해 원인 파악을 위해 누수점검업체를 불러 주방에 설치되어 있는 빌트인 냉장고를 철거하고 누수탐지를 하였다면, 이 때 발생한 비용은 누수 손해방지?경감을 위한‘필요?유익한 비용’에 해당하여 보상될 수 있습니다. 다만 판례에 따르면 약관상 손해방지비용이란 이미 발생한 보험사고라는 ‘결과’로 인해 진행 중인 손해에 한정해 그 손해의 확대를 막기 위한 목적의 비용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고 이후 수리를 통해 사고의 원인이 제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에 재발할 사고를 대비하여 자택을 수리하는 등 단순한 손해예방 목적의 비용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에 손해방지 목적과 관련 없는 벽면공사 및 보양공사 비용은 인정되지 않으며, 누수의 원인이 제거된 후의 매립 또는 포장행위(빌트인 냉장고 재설치)는 손해방지 경감행위로 인정되기 어려우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최정수 손해보험협회 소비자보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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