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그룹 내부에서는 글로벌 누적 판매량 100만 대를 돌파한 제네시스의 ‘결정적 순간’으로 2021년을 꼽는다. 그해 2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탑승한 차량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도로를 달리다 절벽 아래로 추락한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때 우즈가 탔던 차량이 제네시스의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이었다. 당시 현지 언론을 통해 전면부와 후면부가 크게 파손된 차량 사진이 공개돼 큰 충격을 안겨줬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우즈가 다리에 부상만 입고 생명에 큰 지장이 없었다는 점이다. LA 경찰 당국도 사고 브리핑에서 “제네시스 SUV 차량의 앞부분이 완파됐으나 내부는 대체로 손상되지 않았다”면서 “치명적이었을 사고였지만 에어백 등이 우즈의 생존을 도왔다”고 밝혔다. ‘세상에 없던 특별한 럭셔리 경험을 제공한다’는 목표 아래 최상의 품질과 안전성을 추구해왔던 제네시스의 뚝심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2015년 11월 브랜드 론칭 후 상대적으로 부족한 라인업과 인지도 탓에 고전했던 제네시스는 이 시기를 전후로 판매량이 수직 상승했다. 2019년 7만 7135대에 불과했던 제네시스의 글로벌 판매량은 2020년 13만 2450대로 첫 10만 대 시대를 열었다. 이듬해 20만 1415대를 판 데 이어 지난해에도 21만 5128대를 판매했다. 올 들어 8월 기준 15만 4035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3년 연속 20만 대 판매 달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우즈의 교통사고로 ‘제네시스는 안전한 차’라는 인식이 확산된 데다 GV80·GV70·G80 전동화·GV60 등 경쟁력 있는 신차들을 잇따라 내놓으며 단점으로 지적됐던 라인업 문제를 해결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제네시스는 그동안 한국 차가 믿음을 주지 못했던 품질 테스트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JD파워가 발표한 2022년 ‘신차품질조사(IQS)’에서 전 세계 고급차 브랜드 1위를 차지했다. 해당 조사는 1987년부터 시작된 세계 최고 권위의 품질조사로 제네시스는 2017~2020년 4년 연속 1위를, 2021년 2위에 이어 다시 1위에 오르며 최고의 품질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제네시스는 ‘역동적인 우아함’이라는 차별화된 디자인을 바탕으로 대담한 디자인과 뛰어난 성능을 갖춘 모델들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2020년 4개 차종에 불과했던 라인업은 현재 세단 5종, SUV 2종, 전기차 3종 등 총 10개로 늘어났다. 이 같은 독창적인 라인업을 바탕으로 제네시스는 미국·유럽·중국·중동·호주 등 17개 시장에 진출했다.
제네시스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또 다른 배경으로 차별화된 고객 경험 제공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네시스는 럭셔리한 경험과 서비스로 ‘제네시스만의 차이’를 전달하기 위해 전 세계 50개 곳에 제네시스스튜디오·제네시스라운지·제네시스하우스 등 다양한 형태의 브랜드 경험 공간을 구축해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다.
제네시스는 전동화 시대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 성장을 목표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간다.
제네시스는 2021년 9월 발표한 전동화 브랜드 비전에 발맞춰 2025년 이후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출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전기차 생산지를 다변화하고 글로벌 전동화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현재 GV70 전동화 모델을 생산하고 있는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을 비롯해 2025년 완공 예정인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신공장(HMGMA)에서도 신규 플랫폼이 적용된 전용 전기차를 생산해 전기차 격전지인 북미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전동화 라인업으로의 전환과 함께 원자재·부품은 물론 생산공정을 포함한 브랜드의 모든 가치사슬에 혁신을 도모함으로써 탄소 중립 달성 목표도 구체화할 예정이다.
송민규 제네시스사업본부장 부사장은 “올해 중에 GV80 상품성 개선 모델과 GV80 쿠페를 출시하고 향후에도 기존에 없던 새로운 차급의 신차도 추가해 라인업의 완성도를 높여나갈 것”이라며 “세상에 없던 제네시스만의 특별한 럭셔리 경험들을 계속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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