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7일 철도 민영화 반대를 명분으로 나흘째 총파업을 이어간 전국철도노동조합에 대해 “정부는 있지도 않는 민영화에 뭐라 답해야 할지 의문”이라며 ‘파업에 명분이 없다’고 비판했다. 코레일은 이번 파업에 따른 피해액을 75억 원으로 추산했다. 철도노조는 18일 파업을 종료하되 향후 2차 총파업에 나설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 장관은 이날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서울본부에서 철도노조 파업 대응 관계자들로부터 상황을 보고받고 “실체조차 없고 검토한 적도 없는 민영화라는 허상을 끄집어내서 명분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파업을 위한 파업’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을 할지 싶다”며 “법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원 장관의 언급은 철도노조가 파업 명분으로 ‘철도 민영화 반대’를 내세울 이유가 없음을 부각하는 동시에 파업으로 인해 일반 시민들의 교통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철도노조는 이달 14일부터 18일 오전 9시까지 한시적 총파업에 들어갔다. 국토부에 따르면 파업에 참가한 인원은 8058명(17일 오전 9시 기준)으로 출근 대상자 2만 7305명의 29.5%에 달한다.
철도노조는 △수서행 KTX 도입 △KTX와 수서고속철도(SRT) 고속차량 통합 열차 운행 △KTX와 SRT 연결 운행 △4조 2교대 전면 시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달 1일 국토부가 에스알(SR)과 코레일 간 경쟁 체제를 만든다는 취지로 KTX에만 다니던 경전·전라·동해선에 SRT를 투입하자 “철도 민영화 수순”이라며 반발해왔다.
하지만 원 장관은 노조의 요구에 대해 “파업을 통해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일방적으로 주장을 관철하겠다는 것은 국민들께 큰 불편을 미칠 뿐 아니라 국민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철도노조는 18일 오전 9시까지 파업을 진행하고 현장에 복귀할 계획이다. 다만 쟁점안을 두고 철도노조가 국토부와 첨예한 의견 차를 보이고 있어 2차 ‘무기한 총파업’에 나설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정부 및 노조 측과 긴밀히 협의해 추석 전에 파업은 절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도 철도노조 파업으로 여객·화물 운송 차질이 이어졌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날 전국 열차 운행률(오후 3시 기준)은 평소의 71.8%로 집계됐다. KTX 운행률은 67.5%에 불과했고 화물열차(60.0%), 여객열차(59.2%)도 운행률이 저조했다. 현장에선 KTX, 무궁화호, 새마을호 기차표가 매진되며 승객들이 표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코레일은 이번 파업에 따른 피해액이 약 75억 원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이달 14~17일 물류·화물 열차 운행량이 평소 일평균 117회에서 38회로, 수송량은 일평균 6만 톤에서 2만 톤으로 크게 줄어들어 산업 부문의 손실이 적지 않았다는 게 코레일 측 설명이다.
철도노조의 준법투쟁으로 매년 운송난이 불거지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코레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철도노조는 2019년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4년간 총 170일 준법투쟁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8.7일에 한 번씩 태업을 했다는 주장이다. 이로 인해 지난 4년간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한 열차는 총 1038편, 1편당 지연 시간은 평균 44분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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