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톡신 기업인 메디톡스(086900)와 휴젤(145020) 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부가 보툴리눔 균주의 염기서열을 분석한 자료의 반출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염기서열 분석 결과에 따라 보툴리눔 톡신 최대 시장인 미국을 두고 양사의 공방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17일 정부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1일 전문위원회를 열고 양사 균주의 염기서열을 분석한 자료 반출을 승인했다. 최종 반출 여부는 산업기술보호위원회에서 의결하지만 통상 전문위 결정을 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툴리눔 톡신은 국가가 관리하는 자원으로 해외 반출시 산업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다. 미 ITC 증거 제출 기한은 이달 21일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결정에 따라 양사의 소송전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디톡스는 지난해 3월 휴젤이 균주를 훔쳤다며 ITC에 제소했다. 휴젤은 균주의 출처가 다르다며 즉각 반발했다. 두 균주의 유전체 염기서열은 균주 출처를 확인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염기서열이 같다면 메디톡스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다르다면 휴젤 주장에 힘이 실린다. ITC 판결은 국내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업계에서는 메디톡스와 휴젤 간 소송전은 메디톡스와 대웅제약(069620) 간 소송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흐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ITC는 앞서 두 제조사 균주의 유전자가 상대적으로 유사하다는 점을 근거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를 도용했다고 봤다. 다만 최종적으로 균주는 영업 비밀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공정 기술을 침해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휴젤의 상황이 대웅제약과 다른 이유는 아직 명확한 물적 증거가 없다는 점이다. 메디톡스는 자사 직원이 대웅제약으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균주 및 제조 공정을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국내에서 진행된 민사 1심 판결에서는 대웅제약 균주가 메디톡스 균주에서 유래했다며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균주 자체는 영업 비밀로 인정 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 염기서열이 같다고 하더라도 메디톡스 측에선 휴젤이 제조 공정을 도용했다는 점을 추가로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균주 출처가 다르다면 휴젤은 사법 리스크를 덜어낼 수 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균주 출처가 다르다면 휴젤 입장에서는 확실한 반등의 계기”라며 “휴젤과 메디톡스 간 미국 소송전 결과에 따라 국내 톡신 업계에 미칠 파급력도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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