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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석 금융결제원장 "손바닥만 대면 항공탑승 가능…인증서비스 시장 선도할 것"

[서경이 만난 사람 - 박종석 금융결제원 원장]

◆대담=노희영 금융부장

공인인증서 의무화 폐지로 새판 열려…생체정보 기술 개발 총력

바이오인증 'ISO 승인' 성과, 신흥국 금융인프라 수출도 잇따라

개방형 오픈뱅킹 순항…'비상운영센터'로 금융시스템 안전 강화

박종석 금융결제원장./사진=이호재 기자




지급결제·전자서명에 이어 국내선 항공기 탑승 수속까지. 금융결제원이 제공하는 얼굴, 지문, 손바닥 정맥 등을 이용한 바이오 인증 서비스가 금융은 물론 비금융업권까지 넘나들며 적용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2020년 12월 전자서명법 개정과 함께 공인인증서 의무화가 폐지되면서 시중은행 등 금융권은 물론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까지 간편인증 서비스 사업에 뛰어들어 본격적인 경쟁 체제에 돌입한 것이 계기가 됐다. 과거 공인인증 사업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온 금융결제원으로서는 아쉬운 대목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도전을 멈추지는 않았다. 금융결제원이 개발한 바이오 인증은 올해 국내 최초로 국제표준화기구(ISO) 금융 서비스 분야의 국제표준으로 승인받는 성과를 냈다. 박종석(사진) 금융결제원 원장이 “인증 사업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는 것이 이제 금융결제원의 할 일”이라며 “새 시장을 뚫어나갈 인증 수단들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1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금융결제원 본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박 원장은 신사업 발굴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금융권을 중심으로 활용해온 생체 정보를 통한 본인 인증을 생활 편의 서비스 전반으로 확대하려는 것이다. 신분증 대신 손바닥 정맥을 활용한 국내선 항공기 간편 탑승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9월 한국공항공사 소속 전국 14개 공항에서 국내선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도입한 지 약 1년 만에 45만 명이 자신의 손바닥 정맥 정보를 등록했고 월평균 1500명의 고객이 이를 이용해 공항 게이트를 통과하고 있다. 아직 시행 초기인 만큼 서비스 이용률이 기대만큼 높지 않고 국제선 도입 등에 한계가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편의성을 인지한 고객들의 이용 빈도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 원장은 “안면인식 같은 기술을 금융거래뿐 아니라 출입국 등 본인 확인 업무에도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사업 기회를 잘 키워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결제원이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도 잠재적인 사업 아이템 중 하나다. 신용평가 모델 개발 등 다양한 신사업을 고민 중이라고 밝힌 박 원장은 “시장의 크기 등 불확실한 부분은 있지만 나중에 시장에 진입하려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 만큼 그런 부분들도 미리 준비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금융결제원의 금융 공동망을 활용한 다양한 금융 서비스 개발은 물론 핀테크·플랫폼 기업과의 사업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국내 금융 인증의 유일한 키였던 공인인증서의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사업의 안정성은 흔들렸지만 디지털금융을 선도하고 신사업을 발굴·추진할 새로운 기회가 열린 셈이다.

해외시장으로도 점차 눈을 돌리면서 의미 있는 성과도 냈다. 금융결제원의 지급결제 시스템이 캄보디아의 국가 전산망으로 채택된 것이다. 모바일뱅킹·인터넷뱅킹 등을 통한 실시간 자금 이체 시스템, 은행 간 차액 결제 기능을 제공하는 청산 시스템까지 국내 금융 시스템을 통째로 수출하는 실적을 올렸다. 특히 오픈뱅킹 등의 분야에 선도적인 경험을 갖고 있는 만큼 금융결제원은 아시아·유럽 등에 금융 인프라를 수출하는 동시에 한국 금융 서비스의 선진화를 해외에 홍보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라오스·아르메니아·모로코 등 신흥국에 우리나라의 지급결제 시스템 기술을 전수하는 등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아르메니아의 결제 시스템 등을 담당하는 아르메니아 중앙은행 측이 한국을 직접 방문해 지급결제 시스템 운영 현황 등을 살펴보고 컨설팅을 받고 돌아가기도 했다. 이 외에 아시아개발은행(ADB)이나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등에도 인력을 파견해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 취득한 바이오 인증 국제표준도 금융 시스템 수출을 확대하고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발판이 될 수 있다. 박 원장은 “금융결제원이 5년 전부터 ISO 멤버 국가들과 여러 차례 회의를 갖는 등 워킹그룹을 주관해오면서 거둔 대단한 성과”라면서 “(우리가) 선도성을 가진 만큼 할 수 있는 일도 많다고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이 도입할 예정인 실시간총액결제(RTGS) 시스템 구축과 관련해서는 금융결제원도 한은과 적극 협력하면서 국민의 경제생활에 편익을 제공하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국내 은행 간 거래에서 한은이 거래 다음 날 은행 사이 차액을 정산해주던 것을 실시간으로 바꿔 신용 리스크를 없애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과 같이 은행이 갑작스럽게 파산할 경우 해당 은행과 거래한 은행들로 리스크가 확대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해 호주·캐나다·헝가리 등 ‘신속 자금 이체 시스템’을 구축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박 원장은 “앞으로 국가 간 지급결제가 연계되면 우리도 그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다른 국가와의 지급결제 연계도 쉽게 가능해질 수 있는 흐름이 있다”고 전했다.



금융결제원이 제공 중인 오픈뱅킹 서비스 역시 순항 중이다. 도입 당시 핀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환영받았던 오픈뱅킹은 이달 현재 135개 기관에서 활용되며 새로운 개방형 금융결제 인프라로서 자리를 확실히 잡았다. 출금 이체 수수료 절감 효과에 서비스 이용 고객도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오픈뱅킹을 이용하는 순가입자 수는 올 6월 3476만 명을 돌파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오픈뱅킹을 통해 이체되는 자금 규모는 하루 평균 1조 6242억 원에 달한다. 하루 거래 건수는 591만 건, 조회만 한 경우도 2905만 건이나 됐다. 평소에도 오픈뱅킹 시스템을 주로 이용한다는 박 원장은 “오픈뱅킹 업권을 은행뿐 아니라 보험사·캐피털사까지 넓혀가고 있다”며 “참여 업권도 계속해서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한편 개인정보의 활용이 확대될수록 정보 유출 문제에 대해서도 더욱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오픈뱅킹 등을 이용한 간편결제가 편리함과 속도를 중심으로 발전하면서 범죄 피해에 대한 노출이 커졌다는 민원 사례도 급증한 것이 사실이다. 스마트폰에서 한 계좌에 접속할 경우 다른 계좌에까지 접근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금융결제원은 유사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본인 계좌 일괄 지급 정지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한 은행에서 오픈뱅킹 계좌 정보가 유출돼 보이스피싱 등 피해가 우려될 경우 해당 은행에만 신고해도 전 금융권 계좌가 모두 지급 정지되도록 금융소비자 보호 장치를 강화한 것이다. 박 원장은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오픈뱅킹 등록을 하고 나서 얼마간 (이체) 금액을 제한하는 등의 제도가 도입되며 안전도가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금융결제원은 금융위원회·금융회사들과의 협의를 통해 비대면 인증 시 제출된 신분증의 위조 여부를 식별할 수 있는 신분증 안면인식 공동 시스템을 구축해 연내 서비스하는 등 보호 장치 강화에 힘쓰고 있다. 신분증과 고객이 직접 찍은 사진의 특징 등을 비교해 제출한 사진이 실제 사람인지, 사진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해당 서비스는 안면인식 도입 대상 57개 금융회사 중 28곳이 먼저 참여할 예정이다. 박 원장은 국내 개인 인증 기술력이 다른 국가와 비교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핵심 업무인 금융 전산망의 안정적 운영과 관련해서도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카카오의 데이터센터(IDC) 화재에 따른 서비스 장애로 불편을 겪으면서 재난 상황에서의 정상적인 인프라 운영 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금융결제원은 이에 대비해 분당에 위치한 주센터와 서울의 재해복구센터를 비롯해 지난해 12월부터는 100㎞ 이상 떨어진 곳에 비상운영센터를 두고 다중 체계로 업무 지속성 확보 및 위기 대응 능력 제고에 힘쓰고 있다. 금융결제원이 구축·운영하는 금융 전산망은 5대 국가 기간 전산망 중 하나로, 국가 보안 시설로 분류되는데 전 금융회사의 전산 시스템을 연결해놓은 만큼 운영에 문제가 생길 경우 대규모 금융 대란이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박 원장은 “올 10월부터는 전자어음 관리 시스템이나 타행환 공동망 등이 추가되면서 비상운영센터에서 대부분의 중요 결제 시스템을 커버하게 된다. 장애 가능성에 상당한 대비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종석 금융결제원장./사진=이호재 기자


He is…

△1963년 충북 청주 △서울대 경제학과 학사·석사 △1992년 한국은행 입행 △2015년 한은 총재 정책보좌관 △2016년 한은 통화정책국장 △2019년 한은 부총재보 △2022년~ 금융결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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