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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유동성 풍선효과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올해 주식시장과 투자환경을 톺아보면 생소한 점이 참 많다. 극도의 비관 속에서 시작됐던 연초랠리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지난해 글로벌 주식시장이 크게 침체됐던 만큼 희망보다는 걱정이 앞섰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미국과 한국증시는 폭발적으로 반등했다. 미국 연준의 매파적 정책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랠리는 미국 지역은행 실리콘밸리뱅크(SVB)의 파산마저 극복하고 이어졌다.

현재 높은 금리 환경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한국 등 기술산업 중심의 성장주가 시장 대비 초과수익을 거두고 있다. 이는 과거 거시지표와 비교하더라도 생소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왜 이렇게 바뀐 것일까?

유동성의 흐름보다 규모와 수준이 더 중요해서다. 쉽게 말하면 일본을 제외한 글로벌 중앙은행은 상반기 내내 금리인상을 이어갔는데도 이 기간동안 주식시장은 엄청난 회복세를 보였다. 특히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매그니피센트 7(애플·아마존·메타·구글·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테슬라)’가 연초부터 급등세를 이어갔고 국내에서도 2차전지, 반도체, 조선업종 등 설비투자(CAPEX)가 몰리는 자본재 산업 중심으로 상승했다. 과거 이들은 유동성 확장 국면, 즉 정책금리 인하 기간에 투자성과가 좋았는데 지금은 환경이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건 시장경제에 공급된 유동성이 ‘이미’ 넉넉하고 적절한 압력을 행사하며 ‘풍선효과’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년 동안 정책금리가 인상되면서 시장 유동성 증가는 분명 위축됐다. 한국의 광의 유동성(M2) 변화율은 0% 수준에 수렴한다. 하지만 6월 말 기준 광의 유동성은 3803조 원을 기록하고 있다. 3월 말 대비 감소했지만 지난해 연말 수준(3722조 원)과 비교해선 여전히 많다.

이렇게 시장 유동성이 수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자산시장에 가격 변동이 발생하면 유동성은 자연스럽게 가격 반응에 집중하는 현상을 보이게 되고 주식시장은 이런 풍선효과로 인해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유동성이 더욱 풍부한 상태에서 이런 풍선효과가 벌어진다면 시장은 버블 국면에 빠르게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상황에서 중앙은행은 더욱 강도 높은 긴축정책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다.

미국 연준은 아직 매파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다수 투자자는 정책금리 인상이 마무리돼 간다고 생각한다. 먼저 채권시장에서 시장금리 안정이 선행할 것이고 주식시장에서는 성장가치를 강조하는 산업, 종목을 중심으로 유동성 풍선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주식시장을 너무 크게 보기보다는 다음 경기 확장 국면에 성장을 대표할 수 있는 산업과 종목으로 압축해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지수를 이길 수 있는 종목에 관심을 갖는 게 현 시장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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