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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잔혹 연애사: 절망 속에도 기회는 있다

김영덕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대표

김영덕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대표




아직도 강렬하게 남아 있는 대학 시절 소개팅의 기억이 있다. 대학교 2학년 때 하숙집 동생이 주선한 만남이었다. 사진 속 상대의 모습은 참 순수하고 예뻤다.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만남의 날. 약속 시간을 착각하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에 여러 불운까지 겹친 나는 약속 시간보다 2시간이나 늦어버렸다. 최선을 다해 달려갔지만 상대는 당연히 자리를 떠난 뒤였다. 그때 느낀 일종의 절망감은 지금도 생생하다.

고대했던 약속 시간을 착각한 나처럼 사업을 하다 보면 실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협력 업체를 잘못 고를 수도 있고 맞지 않는 직원을 뽑을 수도 있다. 다양한 외부 변수도 사업의 불확실성을 높인다.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상승, 금융시장 경색, 신냉전 등 통제할 수 없는 외부 변수가 한둘이 아니다. 나 역시 소개팅 약속을 늦은 그날에는 택시도 잘 잡히지 않았고 교통신호도 그날 따라 발길을 잡았다. 길도 막힐 시간이 아닌데 지독하게 막혔다. ‘머피의 법칙’처럼 불운이 연달아 찾아와 믿지도 않던 하나님까지 원망했다.



하지만 절망의 순간에도 대개 한 번의 기회는 다시 주어진다. 통장 잔액이 바닥나고, 직원의 이탈이 시작되고, 쌓이는 재고와 채권자들의 독촉으로 당장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아도 한 번쯤은 만회의 기회가 찾아온다. 그날 나는 집으로 돌아가 사과의 전화를 걸었다. 실망감이 역력한 그의 목소리에도 용기를 내 간청한 끝에 그의 집 앞에서 잠깐 만나기로 했다.

마지막 기회를 얻었다면 주어진 기회를 살리기 위해 모든 지력을 다 써야 한다. 실수에 대한 후회나 어려움을 걱정하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면 안 된다. 그의 집으로 향하는 내내 나는 어떻게 하면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그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길가의 꽃집이 보였고 그와 이미지가 비슷한 백합을 구매했다. 마침내 만난 그가 화난 표정으로 첫 마디를 떼려는 순간 나는 등 뒤에 숨기고 있던 백합을 내밀었다. “어울릴 것 같아서요. 너무 미안해서 이 꽃만 전해주고 가려고 했어요.” 나의 진심 어린 말에 굳어 있던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고 나는 그날 ‘내 인생 두 번째로 아름다운 여인’으로 기억되는 그와 연애를 시작했다.

요즘은 사업하는 분들에게 특히 힘든 시기다. 투자 시장이 얼어붙어 이전 같으면 충분히 투자 유치가 가능한 사업도 유치에 실패한다. 실물 경기도 안 좋아서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어렵고 기존 고객 역시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다. 잔혹하게 느껴질 수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나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남아 있는 기회를 찾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천신만고 끝에 마지막 기회를 잡은 ‘그날’의 나처럼 말이다. 스타트업이 어려움 속에서도 기회를 찾아내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를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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