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이달 들어 발행한 은행채만 7조 원을 넘기는 등 은행채 발행 규모가 크게 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유동성 확보에 나서면서 우량 등급인 은행채금리는 4%대의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는 등 대출금리 상승을 이끄는 모습이다.
19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이달 들어 발행한 은행채는 총 7조 4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은행이 8월 한 달간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8조 4200억 원으로 직전 7월(4조 8800억 원) 대비 1.7배나 늘었다. 이후에도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수요가 꺾이지 않으면서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지난달 발행 규모의 83.6%를 채운 것이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이달 시중은행의 은행채 발행 규모는 지난달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세부적으로는 하나은행(1조 8500억 원), 신한은행(1조 4700억 원), KB국민은행(1조 3800억 원), 우리은행(1조 2800억 원), NH농협은행(1조 600억 원) 순으로 이달 채권을 통한 자금 조달 규모를 늘렸고 이 중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달보다 더 많이 발행했다.
시중은행이 채권시장에서 자금 조달을 늘리는 배경으로는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등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대거 증가한 것이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말 은행 가계대출(정책 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한 달 전보다 6조 9000억 원 증가한 1075조 원으로 집계됐다. 전달의 증가 폭인 5조 9000억 원을 1조 원 차이로 넘어섰으며 2021년 7월(9조 7000억 원 증가) 이후 가장 오름폭이 컸다. 이와 함께 하반기 100조 원에 달하는 고금리 정기예금 만기 등에 대비하기 위해 은행채 발행이 당분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말까지 만기가 예정된 전체 은행채 잔액이 55조 원에 달하는 점도 은행채 신규 발행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이에 따라 은행채금리는 4%대 초반의 높은 수준에서 형성돼 당분간 비슷한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달 1·2년 단기물 중심의 은행채 발행이 몰리면서 시중은행의 채권금리는 한때 4.3%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도 지속해서 상승하는 추세다. NH농협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7월 기준 4.21~6.15% 사이에서 형성됐지만 이날 기준 4.27~6.17%로 올랐다. 올 5월까지만 해도 KB국민은행이 최저 3.97%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제공했지만 이제는 3%대로 대출받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신용대출의 경우 같은 기간 4.42~6.42%에서 4.46~6.46%로 소폭 올랐다. 다만 이는 고신용자 기준인 만큼 실제 대출금리 평균은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시중은행의 채권 발행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출금리 상승세 역시 당분간은 꺾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이 3년물 이하 단기채 발행을 통해 선제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며 “가계대출이 대부분 1년 이하 변동금리에 연동되다 보니 은행채금리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