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034020)가 독일에 있는 발전설비 자회사인 두산(000150)렌체스를 인수 12년 만에 매각한다. 워크아웃 졸업 후 빠르게 경영 정상화를 이룬 두산에너빌리티는 세계 최고 경쟁력을 지닌 원전 등 수익성 중심의 사업 구조를 강화하려 해외 비주력 계열사들을 조속히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2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글로벌 투자 자문사를 통해 두산렌체스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대규모 수주와 계열사 지분 매각 등으로 역대급 현금을 쌓아가고 있는 두산에너빌리티는 렌체스 매각을 통해 약 1000억 원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산렌체스는 두산에너빌리티가 두산중공업 시절인 2011년 유럽 자회사인 두산파워시스템을 통해 870억 원에 인수한 독일 발전설비 업체다. 1928년 설립된 AE&E 렌체스(LENTJES)가 모태로 두산에너빌리티가 인수할 당시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 등 오염 물질을 적게 배출하는 친환경 발전 기술을 보유해 성장 가능성이 높았다.
최근에는 폐기물 소각에 주력하며 유럽 폐자원 에너지화(Waste to Energy·WtE) 플랜트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WtE 플랜트는 산업 현장이나 가정에서 발생하는 가연성 폐자원을 소각·열분해 등을 거쳐 에너지로 만드는 시설이다. 전기와 열을 공급할 뿐 아니라 쓰레기 매립을 최소화해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어 친환경 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두산렌체스는 2020년 1260억 원 규모의 폴란드 올슈틴 WtE 플랜트, 1200억 원 규모의 독일 딘스라켄 WtE 플랜트를 잇달아 수주한 데 이어 2021년 670억 원 규모 폴란드 바르샤바 WtE 플랜트를 확보해 유럽 시장에서 입지를 넓혔다. 사업 다각화와 수주 확대로 2012년 144억 원에 그쳤던 두산렌체스 매출은 지난해 2156억 원까지 불어났다. 다만 공격적 시설 투자와 금융 비용 등으로 외형 성장과 달리 이익은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렌체스 매각을 결정한 것은 그룹 차원에서 육성 중인 신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소형모듈원전(SMR)과 가스터빈, 수소에너지 등 차세대 에너지원 사업에 역량을 모으는 한편 비핵심 자산을 정리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포석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 상반기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공급 계약과 카자흐스탄 복합 화력발전소 수주, 두산밥캣(241560) 지분(5%) 매각 등으로 현금을 확보했다. 6월 말 회사의 연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조 7245억 원에 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사업 투자를 위해 두산에너빌리티가 두산중공업 시절 인수했던 해외 자산들을 추가로 유동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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