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강국 재도약을 노리는 일본에서 기업들이 차세대 파워반도체(전력반도체)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전기자동차·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 산업에 폭넓게 활용되는 차세대 파워반도체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서둘러 생산 설비 확충에 나서는 모습이다.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는 7월부터 탄화규소(SiC) 파워반도체 샘플 출하를 시작했다. SiC는 기존의 실리콘 대비 고온·고압에 강해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르네사스는 2025년 해당 제품의 양산을 목표로 생산능력을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닛케이는 “르네사스의 (파워반도체) 투자액을 합치면 1000억 엔(약 8988억 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다른 일본 반도체 제조사들도 SiC 파워반도체 신공장을 앞다퉈 건설하고 있다. 파워반도체 세계 점유율 10위권에 드는 미쓰비시전기는 1000억 엔을 투자해 2026년까지 구마모토현 신공장을 가동하고 이듬해 생산능력을 현재의 5배 수준으로 높일 예정이다. 롬은 2024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미야자키현 신공장을 비롯한 SiC 부문에 5100억 엔을 투자한다.
파워반도체는 전기차 모터를 돌리는 인버터의 핵심 부품으로 태양광발전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AI 서버 등 다방면에 활용된다. 닛케이는 “최근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 손실이 적은 SiC 파워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는 2030년 파워반도체 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55% 늘어난 369억 달러로 커지고 그 가운데 SiC 파워반도체 시장은 같은 기간 4배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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