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갈수록 고도화하는 인공지능(AI) 등 디지털에 대한 국제표준 규범 마련에 가속을 붙였다. 디지털 혁신을 선도해온 경험과 철학을 담은 ‘디지털 권리장전’을 추진해 국가 간 디지털 격차를 없애고 우리 기업에 유리한 시장을 열겠다는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대에서 열린 ‘뉴욕 디지털 비전 포럼’에 참석해 디지털 권리장전의 5대 원칙을 공개했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윤 대통령은 “챗GPT를 필두로 생성형AI는 삶의 편의, 산업의 생산성을 높였다”면서도 “디지털 격차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가짜 뉴스가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협하는 등 실존적 위험에 대한 우려도 크다”고 진단했다.
윤 대통령은 “디지털은 연결·즉시성으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질서가 중요하다”며 “새로운 디지털 질서의 기본 방향인 디지털 권리장전을 통해 국제적으로 통하는 디지털 규범을 정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공개된 디지털 권리장전 5원칙은 △디지털 환경에서 자유·권리 보장 △디지털에 공정한 접근, 기회 균등 △안전·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사회 △자율·창의 기반 디지털 혁신 촉진 △인류 후생의 증진 등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조만간 디지털 권리장전의 구체적 내용을 발표하고 유엔·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글로벌 디지털 질서 규범 논의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의 기조연설과 뉴욕대에서 ‘뉴욕구상’ 을 통해 디지털 격차 해소와 규범 정립의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 이후 올해 1월 다보스 포럼, 4월 하버드 대학, 그리고 6월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지속적으로 우리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해 왔다. 이번 디지털 권리장전은 1년 만에 뉴욕구상에 대한 구체적 결과물이다.
이번 포럼을 통해 한국과 미국은 AI 부문에서 연대하기로 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한국과학기술원(KAIST)·소프트웨어산업진흥협회와 뉴욕대는 한미 AI 디지털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AI 분야 인력 양성부터 연구개발·사업화까지 협업한다. AI 원천 기술 개발과 산업적 활용을 위한 AI 융합 연구를 추진하며 우리가 5년간 총 450억 원을 투자하고 미국 측이 상응하는 금액을 낸다. 또 AI 디지털 분야 석·박사 우수 학생을 선발해 뉴욕대가 교육하고 공동 프로젝트에 참여시킨다. 국내 스타트업이 뉴욕대에 상주하면서 현지 진출 컨설팅과 합작법인 설립 등을 지원받는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뉴욕의 금융 창업 인프라와 뉴욕대의 연구 역량이 잘 결합한다면 바이오 분야의 보스턴 클러스터와 같은, 전 세계 AI 분야를 선도하는 맨해튼 클러스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뉴욕 순방 3일 차에도 스위스·태국·콜럼비아 등 총 11개국 정상을 만나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호소했다. 3일 동안 28개국을 만났고 10여 개 국가와 회담을 더 진행할 계획이다. 이달에만 총 60개국 정상과 양자 회담을 진행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유엔총회 연설에서 윤 대통령이 러시아와 북한을 겨냥해 강력한 압박을 예고한 것에 대해 “미국을 포함해 우방국이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한 경우 행동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외교부는 러시아 등 3국과의 무기 거래 및 핵·미사일 개발 등에 관여한 혐의로 강순남 북한 국방상 등 개인 10명과 기관 2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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