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와 수요 둔화로 어려움을 겪던 디스플레이 업계가 본격적으로 반등 준비에 나섰다. 삼성·LG디스플레이(034220)가 주력으로 키우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에서는 디스플레이 고객사의 ‘큰손’인 애플에 대한 아이폰·태블릿PC 패널 공급을 시작으로 삼성전자 OLED TV 사업 확대 등 공급 확대 호재가 잇따르고 있다. 패널 가격 상승세도 유지되는 추세다.
22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전날 서울 롯데호텔월드에서 개최된 제14회 디스플레이의 날 기념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4분기 디스플레이 시장 돌파 전략과 관련한 질문에 “올해 상반기보다는 하반기가 좋을 것이고 내년 상반기 역시 올해 상반기보다 좋을 것”이라며 “꾸준히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이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비교 기준점을 모두 ‘올해 상반기’로 잡은 것은 이 시기가 디스플레이 업황 바닥 지점이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들어 증권가에서는 4분기부터 디스플레이 업계의 실적 불확실성이 걷히고 유의미한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크게 세가지 이유다.
우선 12일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15의 패널 물량 전량을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독점하며 실적 개선의 신호탄을 쏠 예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전 모델에 OLED 패널을 공급하고 LG디스플레이는 프로와 프로맥스 모델 패널을 공급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의 아이폰15 프로 맥스용 OLED 패널의 최종 승인이 최근 완료돼 4분기에만 2000만 대 이상의 OLED 패널 출하가 이뤄질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올해 4분기 영업이익은 864억 원으로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내년 상반기에는 삼성전자 OLED TV 사업 확대와 OLED가 최초로 탑재된 애플 태블릿PC 출시가 이어진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200만 대의 OLED TV 패널을 LG디스플레이로부터 구매하면서 내년 LG디스플레이의 OLED TV 패널 출하량이 전년 대비 56% 증가한 850만 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삼성전자·소니에 이어 샤프까지 QD-OLED 공급사를 늘리며 패널 공급량 확대를 꾀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DSCC에 따르면 QD-OLED TV 출하량은 지난해 50만 대 미만에서 2025년 130만 대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000만 대에 달하는 아이패드용 OLED 물량 역시 LG디스플레이 600만 대, 삼성디스플레이 400만 대로 전량 공급이 예상된다.
PC 시장 수요 둔화로 침체가 이어졌던 정보기술(IT)용 LCD 패널 가격도 반등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모니터용 LCD 패널 가격은 8월부터 약 두 달 가까이 상승세를 유지했다. 상승률은 0.5% 미만으로 높지 않지만 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사업에서 전면 철수했지만 LG디스플레이는 고부가 제품 위주로 IT용 LCD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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