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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돈 갈취한 직원 해고하라"…지역농협 게시판 '시끌시끌'

‘여기가 살인자 근무하는 곳 맞나?’…금융업무와 무관한 글 다수

고(故) 이영승 교사에게 아들 치료비 명목으로 400만원을 받아낸 학부모의 문자메시지 내용. 사진=MBC 보도화면 캡처




경찰이 2년 전 숨진 경기 의정부 호원초등학교 교사 사건과 관련해 교사가 학부모 강요에 의해 학생의 치료비를 지급했는지 등을 수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해당 학부모가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역농협의 고객게시판에는 직원에 대한 조치를 요구하는 게시물이 400건 이상 게재됐다.

22일 서울의 한 지역농협 고객게시판에는 ‘호원초 선생님의 억울한 죽음을 어떻게 할 겁니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여기가 살인자가 근무하는 곳 맞나요?’ 등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지난 20일부터 이 같은 글이 올라오기 시작해 이틀 만에 게시물 등록 건수는 450건을 넘겼다.

이 지역농협에는 자녀가 수업 시간 도중 페트병을 자르다가 손을 다친 일로 이영승 교사에게 치료비를 요구한 학부모가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농협중앙회가 만든 NH농협은행과는 다른 지역단위 협동조합이다.

글쓴이들은 “신뢰를 최우선으로 해야 할 금융기관으로서 선생님을 죽음으로 몰고 간 학부모를 해고하라”, “직원의 비윤리적인 행동에 대해 인지했을 테니 조합의 공식 입장 표명을 요구한다”, “교사를 죽음으로 내 몬 사람의 직장은 그냥 보고만 있을 것인가” 등의 글을 올렸다.

일부는 “20년간 주거래은행이었는데 다른 은행으로 갈아탄다”, “농협 통장 해지하겠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 밖에도 한 지도 앱에는 해당 지역농협 지점에 2100여개의 후기가 달렸다. 평점은 최하점인 1점이었으며, 주로 “여기가 그 유명한 학부모가 근무한다는 곳이냐?” “자식 잘되나 보자” 등 금융업무와는 관련 없는 글들이 대부분이다.

이영승 교사를 죽음으로 몰고 간 학부모가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의 한 지역농협 고객게시판. 사진=게시판 캡처




경기도교육청은 2년 전 숨진 이영승 교사에 대한 교육활동 침해 사실을 확인하고 학부모 3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교사는 부임 첫해인 2016년 담임을 맡은 6학년의 한 학생이 수업 시간 도중 페트병을 자르다가 손을 다친 일로 이 학생의 학부모로부터 반복적인 연락을 받았다.

이 학부모는 학교안전공제회로부터 두 차례 치료비를 보상받았음에도 휴직하고 입대한 이 교사에게 지속해서 학생 치료와 관련해 만남을 요청하고 복직 후에도 계속 연락했다. 결국 이 교사는 사비를 들여 8개월 동안 50만원씩 400만원을 학부모에게 치료비로 제공했다.

이와 관련 이문수 경기북부지방경찰청장은 21일 정기 기자간담회에서 “교사가 학부모 강요에 의해 치료비를 지급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수사하겠다” 밝혔다.

이 교사를 상대로 악성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는 2명 더 있었다. 2021년 한 학부모는 3월부터 12월까지 자녀가 장기 결석을 했음에도 정상 출석 처리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와 이 교사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는 394건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학부모는 이 교사가 사망한 사실을 듣고 장례식장에 찾아와 이 교사의 사망 여부를 확인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학부모는 2021년 12월 자녀와 갈등 관계에 있는 학생들이 자기 자녀에게 공개 사과할 것을 이 교사에게 요구했고, 이 교사가 학생 인권 문제로 난색을 표하자 수차례에 걸쳐 전화하고 학교에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 교육청은 이 교사가 이처럼 악성 민원을 겪어온 사실을 확인하고도 그의 사망을 단순 추락사로 처리한 당시 호원초 교장과 교감 등에 대해서는 조만간 징계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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