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 일정 비율의 대출을 은행에 할당하는 제도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5년 간 중소기업 대출 비율을 못 지킨 국내 은행에 부과된 제재 금액이 12조 원에 달했다. 획일적인 기준과 실효성 없는 제재 등 한국은행의 중기대출 지원 제도에 대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
24일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중소기업 대출비율을 지키지 못한 12개 은행에 12조 2630억 원의 제재가 부과됐다. 6개 시중은행이 9조 3544억 원, 6개 지방은행은 2조9086억 원을 받았다. 제재 규모는 2018년 1조 6300억 원에서 2020년 3조 5000억 원까지 증가했다가 지난해 다시 1조 1270억 원대로 떨어졌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조 3720억 원이 넘는 제재 금액이 부과된 상황이다 .
현행 금융기관 여신운용규정은 은행에 원화자금대출 증가액의 일정 비율 이상을 중소기업에 대출하도록 정하고 있다.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에 비해 자금조달 사정이 여의치 않을 점을 고려한 조치다. 은행그룹별로 정해진 의무대출비율은 올 상반기까지 시중은행 45%, 지방은행 60%, 외은지점 25%을 적용했다. 홍성국 의원실이 확보한 ‘은행별 중소기업 대출비율 연간 준수율 실적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국내은행의 준수율은 평균 53.1%로 집계됐다. 이중 시중은행 6곳의 평균 준수율은 51.6%로, 더 엄격한 제재 기준을 적용 받은 지방은행 (54.6%)보다도 다. 미준수 제재를 받지 않는 외국계 은행의 경우 전체 39곳 중 14곳은 지난 5년 동안 준수율이 0%인 것으로 나타났다 .
제재 체감도는 은행마다 천차만별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은행이 비율을 못 맞춘 은행에 가할 수 있는 제재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은행은 ‘무역금융지원프로그램 ’ 배정 한도에서 일정액을 차감하는 형식으로 제재를 가하고 있다. 무역금융 취급 규모가 작은 은행이면 중기대출 의무비율 미준수 제재 체감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홍성국 의원은 “중소기업 대출 장려 취지를 고려하면 강력한 제재만이 능사는 아니나, 제도의 실효성과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한 한국은행의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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