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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투자가 韓경제발전 근간"…노벨상 석학도 R&D 예산삭감 우려

◆노벨 프라이즈 다이얼로그

노벨상 수상자 5人 서울서 대담

"정부 결정이 과기계 타격 줄것

비주류 연구가 성과낼 수 있게

과학자 자율 보장해야" 목소리


“한국이 빈곤국에서 벗어나 국내총생산(GDP) 세계 12위에 오른 비결은 과학기술에 대한 많은 투자였습니다.”

“이번 예산 삭감이 결코 좋은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노벨상을 받은 세계 과학기술계 권위자들이 내년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줄이겠다는 한국 정부의 결정을 두고 우려를 내비쳤다. GDP 대비 R&D 투자액 세계 2위를 자랑하는 공격적인 과학기술 투자야말로 한국의 눈부신 경제 발전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인데 이런 투자 규모 자체를 줄인다면 앞으로 경제 발전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마이클 레빗(왼쪽)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와 요아힘 프랑크(가운데)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노벨프라이즈 다이얼로그(노벨상 수상자와의 대화) 서울 2023’ 기자 간담회에서 국내 과학기술과 교육 정책을 주제로 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과학기술한림원




마이클 레빗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노벨프라이즈 다이얼로그(노벨상 수상자와의 대화) 서울 2023’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은 역사적으로 큰 예산을 과학기술에 할당해왔다”며 “예산 삭감에 타당한 이유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삭감 자체는 결코 좋은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인은 예산 투자의 목적은 물론 (여러 분야 간 예산) 균형도 생각해야 해서 차선책을 선택할 때도 많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하지만 과학기술과 관련 교육에 대한 투자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요아힘 프랑크(왼쪽)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와 하르트무트 미헬(가운데)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장이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노벨프라이즈 다이얼로그(노벨상 수상자와의 대화) 서울 2023’ 기자 간담회에서 국내 과학기술과 교육 정책을 주제로 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과학기술한림원


레빗 교수는 DNA와 단백질 등을 분자생물학적으로 분석해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한 공로로 2013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그를 포함해 각각 전자현미경과 광합성 연구에 기여한 노벨 화학상 수상자 요아힘 프랑크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와 하르트무트 미헬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장, 신소재 그래핀을 최초로 발견해 36세의 나이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그래핀의 아버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 우주배경복사 연구로 역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조지 스무트 홍콩과학기술대 교수 등 석학 5인은 최근 국가 R&D 예산안을 둘러싼 논란에 직간접적인 입장을 밝혔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들이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노벨프라이즈 다이얼로그(노벨상 수상자와의 대화) 서울 2023’ 기자 간담회에서 국내 과학기술과 교육 정책을 주제로 제언하고 있다. 마이클 레빗(왼쪽부터)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요아힘 프랑크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하르트무트 미헬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장. 사진 제공=한국과학기술한림원




프랑크 교수는 R&D 예산 규모는 물론 한국 정부의 배분 전략에 대해서도 의견을 냈다. 그는 “(레빗 교수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정부의 R&D 투자가 과학자에게 압력으로 작용하면 안 된다”며 “정부는 (예산을 지원한) 연구가 특정 방향으로 진행되기를 바라면 안 되며 (목적이 아닌) 가설에 기반한 과학을 연구하는 데 (예산이) 투자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헬 소장은 “현재의 주류 연구 분야보다 비주류 연구가 나중에는 오히려 더 좋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올해 기준 연간 30조 원이 넘는 국가 R&D 예산을 줄이는 대신 국가전략기술 등 국가 경제와 안보에 중요한 핵심 기술 위주로 지원하는 ‘예산 효율화’ 방침을 내세웠는데, 이보다는 R&D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중장기적으로 과학기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노보셀로프 교수 또한 한국 정부에 대한 직접적 평가를 피하면서도 “예산 삭감은 당분간 과학기술계에 타격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행사 같은 기회들을 활용해 (과학기술계가) 경각심을 갖고 과학기술 지원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중앙정부에 심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왼쪽)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와 조지 스무트 홍콩과학기술대 교수 등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2인이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노벨프라이즈 다이얼로그(노벨상 수상자와의 대화) 서울 2023’ 기자 간담회에서 국내 과학기술과 교육 정책을 주제로 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과학기술한림원


스무트 교수는 “기초과학은 경제 발전에 중요하지만 투자한다고 해도 실질적인 결과가 언제 나올지 장담할 수 없는 분야”라며 “장기적 투자 역량이 있는 정부의 지원이 (다른 분야보다) 절실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이 빈곤한 국가에서 GDP 12위로 올라선 것은 자원이 없는 대신 과학기술에 투자한 덕분”이라며 한국 정부가 다른 나라보다 더욱 적극적인 과학기술 지원 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에둘러 강조했다. 스무트 교수는 2008년 자국의 기초과학 예산이 삭감되자 이를 복구하기 위해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에게 “국립과학재단(NSF) 등에 긴급 추가 자금을 요청하라”고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 과학자 중 한 명이다.

이날 행사는 다음 달 2일 시작되는 올해 노벨상 수상자 발표에 앞서 국내외 과학기술계가 모여 과학기술과 교육 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과학기술한림원 개최로 마련됐다. 조성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도 참석해 “과학자는 단순히 ‘가능한 기술’이 아닌 ‘옳은 기술’, 인류에게 이로운 기술을 추구해야 한다”고 밝히며 주요 석학들과 국가 R&D 혁신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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