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령 농업인의 은퇴를 독려하고 청년 농업인을 육성하기 위해 ‘농지이양은퇴직불금’의 지원 금액을 늘리고 가입 연령과 지급 기한도 대폭 확대한다. 농지를 팔면서 은퇴를 약정한 고령농에게 1㏊ 기준 매월 50만 원의 직불금을 최장 10년간 지원함으로써 노후소득을 보전해주는 동시에 청년농 육성으로 농업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2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혜택을 대폭 늘린 농지이양은퇴직불제도를 시행한다. 1997년 처음 도입된 기존의 경영이양직불제를 개선했다. 고령화 추세에 맞춰 가입 연령을 65세 이상 74세 이하에서 65세 이상 79세 이하로 높였고 지급 기한도 75세에서 84세로 9년 늘렸다. 가입 후 최장 10년간 직불금을 받을 수 있는 만큼 74세 이하 가입자는 10년간 직불금을 받고 79세 가입자는 84세까지 6년간 직불금을 받을 수 있다.
지급 단가도 2배 가까이 인상했다. 농지를 매도할 경우 1㏊당 월 27만 5000원에서 50만 원으로 높였고 임대는 월 21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올렸다. 대상 농지는 ‘농업진흥지역 농지’나 ‘경지 정리된 비진흥지역 농지’다. 신청 면적은 최대 4㏊까지 가능하며 신청자가 3년 이상 소유한 농지여야 한다. 영농 경력도 10년 이상 돼야 한다.
정부가 고령농의 농지 이양 지원사업을 강화한 배경에는 갈수록 심해지는 농촌의 고령화가 있다. 전체 농지에서 40세 미만 청년농의 소유 비중은 2020년 기준 1.3%에 불과하다. 반면 전국 농지의 절반이 넘는 53.1%는 65세 이상 고령농이 소유하고 있다. 특히 고령농들이 은퇴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로 꼽는 농업 소득 외에 별다른 수입원이 없다는 것이 농지 이양 지원을 크게 늘린 배경이다.
농지이양은퇴직불제는 농지 매도가 원칙이다. 고령농이 정부에 매도한 농지는 청년 농업인에게 우선 이양된다. 이를 통해 정부는 농업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청년농은 토지임대비가 많이 드는 대신 자가 영농으로 생산비가 적게 들고, 고령농은 땅은 있지만 위탁 영농비가 많이 소요돼 생산비가 높은 구조이기 때문이다. 농지이양은퇴직불제를 통해 불균형을 줄이겠다는 복안이다. 또 스마트팜·그린바이오·푸드테크 등에 강점을 띠는 청년농을 키워 신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산도 있다. 정부는 △청년 창업형 후계농 △2030세대 △후계농 △귀농인 △일반농 △전업농 순으로 농지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당장 농지를 파는 데 부담을 느끼는 농민들을 위해 매도를 조건으로 농지은행에 일정 기간 농지를 임대하는 ‘매도 조건부 임대’ 방식도 마련했다. 직불금 단가 역시 월 40만 원으로 매도(50만 원)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고령농은 각자의 형편에 따라 매도와 임대를 동시에 신청할 수도 있다.
고령농들의 반응도 좋다. 충남 공주에서 고추와 마늘을 경작 중인 윤정중(71) 씨는 “직접 농사짓기 어려워도 생활비를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농사짓고 있었는데 지급액도 늘리고 84세까지 수익을 보장해준다고 하니 걱정을 덜고 은퇴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청년농의 유입으로 농촌에 활력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도 농지 이양 지원 예산으로 올해(215억 원)보다 41.7% 늘어난 305억 원을 편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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