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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이상 근속땐 기업 추천…외국인 근로자와 '불안한 동거' 해결

◆법무부, 숙련인력 확대 방안

일정수준 이상 한국어 능력도 조건

비자발급 받고도 2년 더 근무해야

근로자엔 고용 안정성 보장하고

기업은 숙련인력 확보 가능 전망

영주권 취득·가족 초청 등 기회도

이민자 수용으로 '인구절벽' 해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5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숙련기능인력 3만 5000명 혁신적 확대 방안(K-포인트 E74)'을 시행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 영암에서 조선 기자재를 생산하는 A사는 직원 20명 가운데 13명이 외국인이다. 국내 인력 채용이 힘든 상황에서 숙련된 외국인 인력 역시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 그나마 채용한 외국인도 급여를 조금이라도 더 주는 곳으로 이직하려 한다. 기업이 사실상 노동자와 외국인 브로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을’이 된 셈이다.

법무부는 25일부터 시행하는 ‘K-포인트 E74’ 제도가 기업체와 외국인 체류 근로자 간 ‘불안한 동거’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숙련기능인력(E-7-4) 비자가 3만 5000명으로 확대되고 기업들이 외국인 근로자의 장기 체류 추천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에도 장기 체류를 가능하게 하는 E-7-4 비자 추천권을 기업들에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고용노동부 등 소관 부서에만 권한이 있었고 국민 고용 창출 우수 기업 등 극히 일부 기업에만 허용됐다. 하지만 앞으로 일반 기업들에도 외국인 장기 체류 추천권이 주어지면서 산업 현장 인력 관리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외국인 근로자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단순노무 비자 외국인은 최장 9년 8개월이 지나면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며 “기업체 역시 외국인 근로자가 돈을 더 많이 벌고자 떠날까 봐 눈치를 봐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가 “일정한 요건만 충족하면 거주 획득, 영주, 나아가 국적까지도 취득할 수 있게 해 대한민국과 자신이 일하는 기업의 발전에 기여하고 사회 통합에 힘쓸 동기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K-포인트 E74’ 제도 시행으로 우선 비자 쿼터가 1250명에서 3만 5000명으로 대폭 확대되고 기업들이 추천권을 갖게 되며 기존 우려는 불식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법무부의 판단이다. 비자에 추천되기 위해서는 한 기업에 1년 이상 다녀야 하고 비자를 받은 후에는 해당 직장에 2년 이상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고용 안정성도 보장할 수 있을뿐더러 기업들 역시 안정적으로 숙련 인력을 채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근로자들을 보호할 방안도 마련됐는데 만일 기업체가 임금 체불이나 인권침해 등을 벌일 경우 5년간 추천권이 박탈된다. 그 외 기업에 대한 다른 제한은 없다.

한 장관은 올해 전국을 돌며 현장의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7월 영암 현대삼호중공업과 전남도청을 방문하고 대한상의 제주포럼 강연에도 직접 참석했다. 또 광역지자체 의견 수렴과 경제단체와 민간연구소 관계자 간담회를 거치기도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5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숙련기능인력 3만 5000명 혁신적 확대 방안(K-포인트 E74)'을 시행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추천을 받은 외국인 근로자가 구체적으로 비자 전환 대상자가 되려면 평가지표 총점 300점 만점 중 200점 이상(가산점 포함)을 받아야 한다. 점수 항목으로는 △평균 소득 △한국어 능력 등이 제시됐다. 한 장관은 “한국에서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정도의 소득과 한국어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현장에 직접 다녀봤는데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한국어 공부를 할 동기부여를 해준다면 사회 통합 측면에서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한국어 능력은 선택 사항이었지만 필수 사항으로 바뀌었다.

기타 가산점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가 추천하거나 인구 감소 지역 및 읍면 지역에서 3년 이상 근무한 외국인 근로자에게 부여된다. 불법체류자, 조세 체납자, 벌금 100만 원 이상의 범죄 전력이 있는 외국인 근로자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숙련기능인력 비자를 취득하면 동반 가족 초청 등도 가능해진다. 정부는 이번 제도가 단순히 노동 인력을 늘리는 일차원적인 정책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인구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저출산이 장기화되는 인구절벽 상황에서 이민자를 적절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작업은 필수불가결하고 이들이 적절하게 한국 사회에 통합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쫓겨나지 않는다’는 예측 가능성과 함께 ‘가족과 함께 생활할 수 있다’는 안정성을 줘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단순노무(E-9 등) 인력으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도 능력 등이 검증되면 숙련기능인력 비자를 취득할 수 있고 그 후 5년 이상 체류·소득 등 요건을 갖추면 거주자격(F-2) 또는 영주권(F-5)까지 단계적으로 취득할 수 있다”고 시행 취지를 설명했다. 한 장관은 “인재 확보를 위한 세계 각국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법무부는 앞으로도 외국인 과학·기술 인재, 숙련기술인력이 대한민국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국익을 최우선으로 해 다양한 정책을 적시에 마련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숙련기능인력 전환 신청은 이날부터 하이코리아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전자 민원 방식으로 할 수 있다. 외국인 근로자가 직접 추천서와 추천자 신분증 사본을 제출하면 된다. 법무부는 추석 명절 이후 지원이 몰려들 것을 대비해 21명으로 구성된 전담 심사팀을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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