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바이옴은 무조건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뛰어넘을 겁니다. 현재는 장 질환 치료제이지만 다음은 피부, 뇌 질환 치료에 닿을 수 있을 겁니다.”
글로벌 제약사 머크에서 전략혁신 업무를 총괄했던 라비 키론 박사는 2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R&D)이 시작된 지 10년이 됐다. 현재 연구 속도와 인공지능(AI) 적용을 감안하면 곧 주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들이 나올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인도 출신인 키론 박사는 미국 코넬 대학교 의과대학, 존슨앤존슨(J&J), 화이자, 머크 등에 30년 이상 몸 담은 대사질환(CVMD), 중추신경계(CNS), 종양학, 염증 분야 권위자다. 직전 근무했던 머크에서는 학계, 기관, 제약회사,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을 파악하고 회사에 도입하는 동시에 기술을 발굴한 과학자들과 협력하고 그들을 지원하는 일을 맡았다. 수십 개의 글로벌 제약회사에 컨설팅을 제공하고 신규 벤처 설립을 이끌었다.
키론 박사는 마이크로바이옴을 차세대 제약바이오 분야 기술로 꼽았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에 형성된 유익균과 유해균 등 미생물 집합체다. 장 질환, 뇌신경 질환, 면역·감염성 질환 등의 유발과 예방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광범위한 치료제로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물질이다.
키론 박사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도 마이크로바이옴 덕분이다.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개발 업체인 지놈앤컴퍼니(314130)가 후보물질 GEN-001에 대해 머크의 면역항암제 바벤시오와 병용 투어 임상시험을 진행하게 된 것은 그의 역할이 크다. 키론 박사는 “회사가 어떤 나라에 있는지, 얼마나 큰 규모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면서 “연구개발의 퀄리티, 데이터가 가장 좋았기 때문에 지놈앤컴퍼니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키론 박사는 마이크로바이옴의 치료제 개발의 과제는 ‘개인화’에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 페링파마슈티컬스, 미국 세레스테라퓨틱스 등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들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문턱을 넘었지만 치료 범위가 장 질환에 국한돼 있고 균주도 한정돼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키론 박사는 “하나의 약을 가지고 1년에 150억 달러(20조 원)씩 벌어들이는 시대는 지났다” 면서 “ 모든 사람들의 마이크로바이옴은 다 다르기 때문에 점점 개인화된 치료제가 필요하고 그것이 큰 도전 과제”라고 했다.
키론 박사가 마이크로바이옴 이외에도 유명한 분야로 보는 것은 ‘오가노이드’ 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3차원적으로 배양하거나 재조합해 만든 장기유사체다. 키론 박사는 “신약개발에서 동물실험과 임상실험 결과가 상이한 것이 문제였다” 면서 “오가노이드를 이용하면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도 임상실험과 유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으며 동물실험에 대한 윤리적 논란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5년 동안 한국에서 새로운 바이오텍들이 세계 무대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을 봤다” 면서 “마이크로바이옴, 오가노이드, AI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데 정부와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성장세가 가속화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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