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해외 광구의 단독 운영권을 확보해 원유 생산에 성공한 것은 1980년 ‘무자원 산유국 프로젝트’를 가동한 지 40년여 만이다. 당시 최종현 SK 선대 회장은 한국석유공사 인수 직후 자원기획실을 설치해 본격적인 해외자원개발에 나섰다.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안정적인 원유 수급을 위해서는 직접 자원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최 선대 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이었다. 이후 1984년 신규로 개발하는 예멘의 마리브 광구에서 해외 유전 개발에 성공하며 무자원 산유국의 꿈을 실현했다. 그로부터 40년간 SK는 해외 곳곳의 원유 프로젝트에 지분을 투자하며 해외자원개발을 이어왔다.
남중국해 원유 생산은 SK가 독자적인 운영권을 확보하고 탐사부터 개발, 생산까지 직접 진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SK어스온은 2015년 중국 국영 석유 회사인 중국해양석유집단유한공사(CNOOC)와 광권 계약을 맺으면서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남중국해 해상 광구 사업에 뛰어들었다. 독자적인 광구 운영권을 확보한 후 2018년 탐사정 시추에서 원유 발견에 성공했다. 유전 평가, 생산 시설 건설 등의 개발 단계를 거쳐 마침내 원유 생산에 이르게 됐다.
SK어스온은 원유 생산 단계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설계 시점부터 발전기 배기가스 폐열 재활용, 설비 전동화 등을 생산 시설에 도입했다. 액화천연가스(LNG) 연료 추진 선박 도입과 신재생에너지 동력 사용 등도 검토하고 있다. 17/03 광구는 정부 에너지 융자 지원 사업의 성공 사례이기도 하다. 정부는 국내 기업의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1984년부터 자원 개발 사업을 대상으로 융자 지원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17/03 광구의 생산이 시작되면 SK어스온은 정부로부터 받은 융자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게 되며 원리금 상환이 완료된 후에는 특별부담금의 형태로 일정 기간 이익금 일부를 정부와 공유한다.
SK어스온은 현재 8개 국가에서 10개 광구 및 4개의 LNG 프로젝트에 참여해 관리하고 있다. 10개 광구의 생산량은 하루 약 5만 2000배럴(석유 환산 기준)이다. 특히 이번에 원유를 생산한 중국 10/17 광구처럼 지난해 참여한 말레이시아 ‘SK 427 광구’와 베트남 ‘16-2 광구’도 운영권을 확보했다. SK어스온 관계자는 “단순히 지분 투자를 할 때보다 운영권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할 때 더 많은 원유 생산량을 확보할 수 있다”며 “매출 등 실적 측면에서도 기대감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린 사업 영역에서는 석유 개발을 통해 축적한 탐사 기술을 기반으로 탄소 포집 및 저장(CCS) 사업을 추진 중이며 국내외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해 이산화탄소 저장소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명성 SK어스온 사장은 “1983년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뛰어든 이래 40년간 축적해온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독자적으로 원유 생산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석유 개발 사업과 함께 CCS 사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탄소 중립과 성장이라는 목표를 반드시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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