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이 올 들어 국내 증시에서 3조 원 넘게 팔아치우면서도 실적이 개선되거나 배당액이 많은 주식은 이달부터 적극적으로 사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자 확실한 수익이 예상되는 종목 위주로 선별 매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올 들어 이날까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총 3조 5588억 원을 순매도했다. 특히 지난 4월부터 이달까지 6개월 연속 주식을 내다팔기만 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25일까지 순매도액만 8682억 원에 달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중장기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고 해외 비중을 확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연기금은 매도 우위 속에서도 9월 들어 하반기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은 종목, 고배당 기업은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달 1일부터 이날까지 연기금의 순매수액 상위 종목은 CJ(001040) 691억 원, 고려아연(010130) 505억 원, SK하이닉스(000660) 469억 원, SK텔레콤(017670) 460억 원, 에쓰오일(S-Oil(010950)) 456억 원 등이었다.
이 가운데 CJ와 SK하이닉스는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은 대표 종목들로 꼽힌다. CJ의 경우 최근 중국 단체 관광객(유커)이 귀환한 덕분에 자회사 CJ올리브영의 실적이 나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증권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연기금은 이같은 전망을 바탕으로 지난달 1일부터 이날까지 39거래일 연속 CJ를 순매수했다. 연기금의 꾸준한 매수에 힘입어 CJ 주가도 7월 7일 6만 600원에서 9만 1100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두달 남짓한 사이에 50.3% 상승한 셈이다. 김수현 DS증권 연구원은 “CJ의 적정 시가총액은 최소 3조 5000억 원으로 아직도 저평가 구간에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에 대해서도 내년 1분기부터 인공지능(AI) 관련 메모리 반도체 수요 확대에 힘입은 흑자 전환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8조 182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3·4분기에도 적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공급 부문에서는 메모리 업계의 감산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고 수요 부문에서는 서버, 스마트폰, PC 시장에서 개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내년 예상 영업이익을 기존 7조 2000억 원에서 8조 6000억 원으로 상향한다”고 분석했다.
SK텔레콤, 에쓰오일은 대표적인 고배당 주식으로 분류되는 종목이다. 이날 기준으로 SK텔레콤의 연간 배당수익률은 6.52%, 에쓰오일은 7.04%에 이른다. 에쓰오일 우선주(S-Oil우)의 배당수익률은 무려 10.52%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에는 배당 수익을 겨냥한 펀드 자금 유입이 확대되는 만큼 관련 주식에 관심을 가질 때”라고 강조했다.
전통적인 배당주로 평가되는 고려아연도 현 배당수익률이 3.84%로 낮지 않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국민연금이 고려아연 내 경영권 분쟁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맡기 위해 지분을 추가로 취득하고 있다는 추정을 내놓았다. 최 연구원은 “국민연금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약 8.2%로 내년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 주식을 확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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