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기회복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되는 부동산시장이 회복하기까지 최대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진단이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 출신 전문가로부터 나왔다. 이미 대표적 부동산업체인 헝다가 2021년 처음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진 이래 신규 채권 발행 자격을 잃고 원리금 상환에 실패하는 등 중국 부동산시장의 먹구름이 걷힐 기미가 안 보인다.
인민은행 고문 출신의 리다오쿠이 중국 칭화대 경제학과 교수는 26일 블룸버그통신에 “대도시 부동산시장은 4~6개월 내 다시 성장 회복이 가능하지만, 소규모 도시에선 완벽한 회복에 최대 1년 정도는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부 개발업체들은 3·4선 도시에서 과하게 개발에 나선 상태라 상황을 6개월 내 개선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 교수는 부동산 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필요한 자금이 1000억 위안(약 18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은행 대출을 늘릴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헝다, 비구이위안 등 주요 부동산 업체들이 디폴트 위험에 빠지면서 관련 업종의 은행 대출도 급감하는 등 시장에 충격이 확산한 상태다. 중국국가통계국 집계를 보면 부동산 개발 관련 은행 대출 규모는 지난달 전년동기대비 24.9%나 줄어든 상태다.
그는 “유동성 문제가 시장 전반으로 퍼지지 않으려면 대출 증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방정부의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보다 자세한 계획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부동산 부문 지원과 함께 이 부분의 대응이 금리 인하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헝다에는 악재가 계속해서 쌓이고 있어, 부동산 시장 전반으로 문제가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는 형국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날 헝다 계열사인 헝다 부동산(恒大地産)그룹은 25일까지 지급해야 할 역내 채권에 대한 원리금 40억 위안(약 7327억원)을 내지 못했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은 이미 올 3월에도 이 채권에 대한 이자를 제때 지급하지 못한 바 있다.
샤하이쥔 전 헝다그룹 총재(CEO), 판다룽 전 헝다그룹 수석재무관(CFO)은 재무 조작 관련 혐의로 중국 당국에 구금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중국 매체 차이신이 보도했다. 이들은 이미 작년 7월 은행 예금 관련 스캔들에 연루돼 사임한 바 있다. 차이신은 중국 당국이 헝다그룹 및 계열사의 전현직 임원 다수를 대상으로 자금 운용상의 위법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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