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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신공장에 80개 반도체기업 거점 마련

■日 첨단기업, 대규모 투자

ASML, 홋카이도에 기술 거점 마련

구마모토 반도체 국산화 기지로

미쓰비시전기·롬, 공장신설 나서

혼다, 배터리개발에 4조원 투입

경제 파급효과 10년간 6.9조엔

일본 구마모토에 건설 중인 대만 반도체 기업 TSMC의 공장 전경/연합뉴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이 2024년 하반기에 일본 홋카이도에 기술 지원 거점을 마련한다. 일본 정부와 대기업 8곳이 합작해 만든 ‘라피더스’가 홋카이도 치토세에 짓고 있는 반도체 공장 인근에 센터를 세워 50명의 기술자를 파견하고 생산 라인에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공급해 공장 개시에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정부가 경제 대책의 핵심으로 ‘임금 상승과 투자의 선순환’을 꼽고 이를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부터 적용·확산하려는 노력을 진행 중인 가운데 일본에 진출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늘고 있다.

26일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ASML은 홋카이도 치토세를 기술 지원 거점으로 삼고 기술자 파견과 함께 EUV 노광장비를 공급하기로 했다. 치토세는 ‘첨단 반도체 국산화’를 목표로 일본 국책 기업 라피더스가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곳이다. 라피더스가 생산을 시작하면 미국·대만·한국·아일랜드에 이어 일본은 다섯 번째로 EUV 장착 반도체 양산 라인 가동 국가가 된다.



일본 내 반도체 생산 시설 확대는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 진출로 훈풍을 타고 있다. TSMC가 구마모토 기쿠요마치에 제조 시설을 지으면서 연관 기업의 공장들이 인근 지역으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규슈파이낸셜그룹(규슈FG)에 따르면 TSMC 공장 신설로 약 80개의 반도체 관련 기업이 구마모토에 새 거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TSMC, 라피더스, ASML 등을 중심으로 ‘큰 장(場)’이 펼쳐지면서 파워 반도체 세계 점유율 10위권에 드는 미쓰비시전기도 1000억 엔을 투자해 구마모토현 신공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롬은 2024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미야자키현 공장을 비롯해 관련 부문에 5100억 엔을 투자한다. 미쓰비시케미컬과 소니·도쿄응화공업 등도 공장 신설 대열에 합류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정부 주도의 환경 조성도 한몫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TSMC 공장 건설 비용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4760억 엔의 보조금을 지원했고 라피더스에는 3300억 엔을 투입했다. 여기에 이번 경제 대책에는 반도체 국내 생산 기업에 대한 5~10년 단위 장기 세액공제 신설도 넣었다. 기업의 투자와 정부 보조가 맞물린 기술 혁신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혼다와 GS유아사는 합작 회사를 만들고 EV용 리튬이온배터리 개발 및 양산에 4000억 엔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합작사는 일본에 연간 20GWh 이상의 생산 능력을 목표로 해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는데 20GWh 이상의 배터리는 EV 수십 만 대에 탑재할 수 있는 규모다. 특히 이 프로젝트에는 일본 경제산업성에서 1500억 엔을 지원 사격한다. 경산성은 올 4월 배터리와 반도체 설비 투자 및 기술 개발 사업에 총 6800억 엔 규모의 투자 지원을 밝히고 일본의 경제안전보장추진법에 따라 특정 전략물자로 지정된 축전지(2차 전지)를 강화하기 위해 총 8건 사업에 1846억 엔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 중 1587억 엔이 혼다·GS유아사에 배정됐다. 반도체 부문에서도 EV·인공지능(AI)·신재생에너지 등에 핵심 부품으로 활용되는 파워 반도체 양성을 위해 르네사스 등 2개 사업에 최대 564억 엔의 지원금을 조성했다. 당시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은 “전략적으로 불가결한 기술을 확실히 일본에서 개발·생산해 나가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방침을 재확인했다. 민·관의 협업과 투자 확대로 기업과 사람이 몰리면서 지역 경제 발전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규슈FG는 TSMC의 구마모토 투자로 2022~2031년까지 10년간 이 지역에 경제 파급 효과가 약 6조 9000억 엔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25일 경제 대책 발표 때 ‘지속적인 임금 인상’과 함께 언급한 ‘소득 향상 및 지방 성장’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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