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에 실패하며 앞으로의 법리 전쟁은 법정에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영장이 기각되면서 수사 동력을 상실한 데다가 여론도 돌아설 수 있다는 감안해 검찰 측은 가능한 빨리 이 대표를 재판에 넘길 가능성이 크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표 신병 확보에 실패한 검찰은 조만간 백현동 개발특혜·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에 대해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할 전망이다. 법원이 이 대표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으며 2년 가까이 이어온 수사의 정당성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검찰은 무리한 수사라는 역풍에 직면함과 동시에 야권 전반을 향한 수사에 급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대표를 둘러싼 혐의는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백현동 개발특혜·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등 9개에 달한다. 검찰은 이중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사건을 먼저 기소한 뒤 올해 3월에는 대장동·위례 의혹과 성남FC 사건을 재판에 넘겼다. 이 대표 단식 문제로 선거법 재판은 다음달 16일로 미뤄졌고 대장동 등 관련 사건은 당초 이달 15일 1차 공판이 열릴 예정이었지만 역시 다음달 6일로 밀린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연루된 재판들이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데다가 증인도 겹치기 때문에 하나로 병합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마침 앞서 기소된 사건 공판들이 줄줄이 연기된 상황에서 이를 병합하면 좀 더 합리적으로 재판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대장동 재판부는 별도로 진행 중인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뇌물 수수 혐의와 이 대표 재판을 병합한 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남욱 변호사·정영학 회계사 등 주요 증인에 대한 신문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재판이 상당 부분 병합되더라도 혐의만 9개에 달하는 데다가 참고인 등 재판에 출석할 인물들도 많아 법정 싸움이 최소 3~4년 이상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검찰 단계에서의 수사는 일단락 되더라도 양측 사이 길고 긴 법리 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구속영장심사 당시 검찰이 준비한 의견서만 1500여쪽에 달하는데, 각종 증거 등을 종합하면 트럭 수 대 분량의 서류가 법정에서 오갈 것으로 보인다.
또 이 대표 측은 대부분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선 검찰의 공세에 '터무니없는 소설'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온 만큼 재판부는 사실관계 하나하나를 다 따져 보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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