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이산화탄소 흡수가 가장 활발한 지역은 산림이 많은 강원과 경북이지만 지역 면적당 흡수량, 즉 흡수효율로는 서울 성북구가 전국 250개 지방자치단체 중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과 부산 자치구들이 그 뒤를 이었다. 산림의 양은 적지만 계획적인 조성과 관리에 유리한 대도시들이 높은 탄소효율을 기록한 것이다.
권순길, 김준범, 전승준 프랑스 트루아공대 환경정보기술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250개 지자체별 산림에 따른 탄소 흡수량과 면적당 흡수량을 비교·분석한 결과를 담은 논문 ‘국내 지자체에서의 산림조성과 탄소흡수발자국 평가에 관한 연구’를 최근 대한환경공학회지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단순히 산림의 면적뿐 아니라 침엽수·활엽수 같은 나무의 종류(수종), 나무의 연령(영급), 목재의 밀도, 뿌리 함량비 등 다양한 변수가 탄소 흡수량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같은 면적의 산림이라도 침엽수보다는 활엽수가, 늙거나 너무 어린 나무보다는 젊은 나무가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한다. 지자체별로 이런 변수들과 이를 반영한 탄소 흡수량을 파악해야 향후 지역 맞춤 개선 전략을 짤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2020년 기준 지자체별 산림 분포,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나무 종류별 표준 탄소 흡수량 등을 데이터로 활용해 250개 지자체별 연간 탄소 흡수량과 면적당 흡수량을 계산했다. 그 결과 흡수량은 강원 홍천군이 이산화탄소 176만 7470톤(tCO2)으로 전국 1위였다. 강원 인제군(138만 7154톤), 강원 평창군(98만 2602톤), 경북 안동시(84만 8875톤), 강원 삼척시(81만 6727톤)가 나란히 5위권에 들었다.
강원과 경북 지자체들이 전반적으로 산림면적이 넓은 것은 물론 지역면적당 산림면적 비율도 높은 덕이다. 반대로 산림면적이 가장 좁고 지역면적 대비 비율(25.3%)도 전국 최하위인 서울의 자치구들이 흡수량 하위권을 이뤘다. 서울 영등포구(34톤)가 꼴찌였고 그 위로 인천 동구, 부산 중구, 서울 성동구와 마포구가 차지했다.
하지만 지자체별로 면적에 비해 얼마나 탄소 흡수에 기여하는지를 가늠하는 ‘면적당 흡수량’을 계산해보면 1위는 서울 성북구다. 이곳에서는 1헥타르(1만㎡·약 3000평)마다 10.7톤의 이산화탄소가 흡수된다. 광주 동구가 헥타르당 5.89톤으로 2위, 이어 대전 동구(5.54), 인천 옹진구(5.49), 인천 울주군(5.28) 순이었다. 서울 관악구(5.05)도 8위를 기록했다. 반면 강원 홍천군과 인제군은 전국 1, 2위 수준의 흡수량을 가졌지만 면적당 흡수량은 각각 헥타르당 0.1톤과 0.12톤으로 저조했다. 순위로는 247위, 246위다. 최하위인 250위는 사울 영등포구(0.01)가 차지했다.
전국적으로는 30살이 넘는 나무의 비율이 전체의 81.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으로 치면 청장년층인 20~40년 연령의 나무가 탄소 흡수를 가장 잘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산림 대부분이 10년만 지나면 노화로 인해 흡수효율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지자체가 얼마나 체계적으로 산림을 경영하고 계획하는지에 따라 탄소 흡수량의 변화가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앞으로 지자체별 산림 조성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흡수량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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