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유 가격이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뉴욕증시가 혼조세를 보였다. 유가 상승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이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다.
27일(현지 시간) CNBC에 따르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68.61포인트(-0.2%) 내린 3만3550.27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0.98포인트(+0.02%) 상승한 4274.51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29.24포인트(+0.22%) 오른 1만3092.85에 장을 마감했다.
금리 상승세가 점점 더 증시에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이날 7.5bp(1bp=0.01%포인트) 오른 4.615%에 거래됐다. 또다시 2007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기준금리 변동에 민감한 2년물 수익률은 8bp 상승한 5.15%를 기록했다. 시중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적정가치를 산정할 때 반영하는 미래 수익에 대한 할인율이 커져 금리가 오르는 것 만으로 회사의 적정 주가가 하락한다.
국채 수익률 상승은 △미국 정부 부채 증가에 따른 국채 발행 증가 △고금리 장기화 전망 △연착륙 기대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TD증권의 전략가인 게나디 골드버그는 “최근 국채 매도세 증가는 기준금리에 대한 전망이나 국채 공급 증가, 유가, 기술적 요인 등 여러 요인이 섞인 결과”라며 “채권 매도세는 지난해 영국 연기금 사태, 올 3월 미국 은행 붕괴 등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국채 금리 상승이 증시 뿐 아니라 경제 전반의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경고다.
이날 국채 금리상승과 다우존스 하락에는 유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3.29달러(3.64%) 오른 배럴당 93.6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은 이틀 연속 올라 2022년 8월 29일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11월물 브렌트유 가격도 배럴당 96.55달러에 거래를 마쳐 전날보다 2.59달러(2.8%) 상승했다.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해 11월 7일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가상승은 인플레이션 상승을 암시한다.
다만 정부 셧다운 등 잠재적으로 경제를 식혀 금리 인상을 저지할 수 있는 요인에도 주목하면서 혼조세를 보였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자동차 산업의 파업과 연방정부 셧다운은 경제를 둔화시키는 요인들”이라며 “만약 이런 경제 하방 시나리오가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준다면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기 위해 (긴축을) 덜 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경제 지표도 경제의 둔화신호가 나타났다. 3년 이상 사용하는 제품을 일컫는 내구제 주문은 8월 0.2% 증가했다. 시장의 전망치인 -0.5%를 뒤집는 결과지만 이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보낸 군사 장비를 보충하기 위해 국방비 지출이 증가한 데 따른 결과다. 내구재 주문에서 국방비를 제외하면 지난달 내구재 주문은 -0.7%를 기록했다. 감소에는 8월 상업용 항공기 주문이 16% 감소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북미 이코노미스트 올리비아 크로스는 “신용 여건이 긴축되면서 기업들은 투자에 부담이 커졌고 경제 성장은 약해졌다"며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산업계는 어려운 경제 환경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가 상승에 정유 주는 상승했다. 셸이 1.58% 오른데 이어 BP나 쉐브론도 각각 2.17%, 1.93% 올랐다. 엑손모빌은 3.26% 상승했다.
코스트코는 전날 지난 분기 매출과 수익이 시장 전망치를 모두 상회했다고 발표한 뒤 이날 1.91% 상승했다. 허먼밀러 등을 만드는 가구회사 밀러놀은 2024 회계연동 주당순이익(EPS) 전망을 기존 1.7~2달러에서 1.85~2.15달러로 상향 조정하면서 주가가 28% 급등했다. 전날 연방거래위원회(FTC)의 고소로 4% 가량 하락했던 아마존은 이날은 0.0%로 변동이 없었다. FTC는 아마존이 독점적 지위로 온라인 경쟁을 저해한다고 보고 있다.
주요 가상자산은 큰 변동없이 상승했다.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0.06% 오른 2만6245달러 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더리움은 0.4% 오른 1593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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