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SKB)와 넷플릭스가 3년 넘게 이어져 온 망사용료 분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업계에서는 통신사(ISP)와 콘텐츠공급사(CP) 간의 망사용료 논란은 이제 시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ISP들은 지금과 같은 비용정산 방식으로는 통신사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CP들의 무임승차를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CP들은 이미 메인 서버가 있는 자국 ISP 사업자에게 일종의 망사용료 개념인 접속료를 지불하는 만큼, 현지 ISP 사업자에게 추가로 망사용료를 내는 것은 이중과금이라고 맞선다.
이 같이 양측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와중에 데이터 폭증에 따른 통신서비스 품질 하락 우려는 커지고 있다. 실제 국내 무선통신 트래픽이 올 초 사상 첫 100만 TB(테라바이트)를 넘어서는 등 데이터 이용량은 4년새 2배 이상 폭증했다. 여기에 신규 온라인동영상(OTT) 서비스 난립에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통신망을 활용한 신규서비스가 빠르게 늘어나며 데이터 이용량 그래프가 보다 가팔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에서 가장 많은 트래픽을 유발한 사업자는 ‘유튜브’를 운영중인 구글이다. 구글이 전체 국내 트래픽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6%로 넷플릭스(5.5%), 메타(4.3%), 네이버(1.7%), 카카오(1.1%) 등 여타 CP를 압도한다. 특히 1년새 구글 트래픽이 차지하는 비중은 1.5%포인트 늘어난 반면 네이버와 카카오의 관련 비중은 각각 0.4%포인트와 0.1%포인트씩 줄었다. 글로벌 빅테크로의 트래픽 쏠림이 심해지는 모습이다.
ISP측 주장에 따르면 이 같은 상황에서도 구글은 국내 통신사 측에 망사용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 특히 구글이 국내에 세금을 제대로 내고 있지 않다는 논란이 더해져 망사용료 이슈에 대해서는 이통사에 다소 우호적인 여론이 조성되는 분위기다. 실제 구글코리아는 지난해 3449억 원의 매출과 27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구글코리아의 이익 규모가 예상치 보다 작은 이유는 국내 앱 마켓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구글플레이 수수료가 해당 수치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구글플레이 매출은 구글 싱가포르 법인에 귀속된다.
이 같은 매출 구조로 구글은 상당한 절세가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식 의원에 따르면 구글의 한국 내 앱 매출은 최대 연 6조 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네이버(8조 2201억 원)나 카카오(7조 1068억 원)의 지난해 매출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참고로 구글코리아의 지난해 법인세 비용은 네이버의 25분의 1 수준인 169억 원이다.
무엇보다 국내 통신사들은 앞선 법원 판결 등을 이유로 망사용료 지급을 강하게 요구 중이다. 실제 SKB와 넷플릭스간 망사용료 분쟁과 관련해 국내 1심 법원은 “넷플릭스가 망 연결과 유지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다만 망이용대가 산정 방식 등은 양사가 협의토록 해 당시 “법원이 그 누구의 손을 들어준 것이 아니다”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반면 구글을 비롯한 빅테크들은 미국 ISP인 버라이즌이나 AT&T 등에 접속료를 내는데다, 해저케이블 구축 및 데이터를 임시 저장해 송출하는 ‘캐시서버’ 등에 대한 투자로 사실상의 망사용료를 내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치인들 또한 이 같은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긴 하다. 망사용료 지급 근거 등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수차례 발의됐지만, ISP와 CP간의 입장차이 때문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망사용료 문제가 제대로 매듭지어지지 못할 경우 국내 CP와 글로벌 CP 간의 트래픽 점유율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는 2017년 국감에서 “네이버는 2016년에만 734억원의 망사용료를 냈지만 유튜브는 얼마를 내고 있냐”며 ‘역차별’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네이버 이용자의 데이터 트래픽이 몇년새 늘었다는 점에서, 네이버가 ISP측에 지불하는 망사용료는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전망된다. IT업계 관계자는 “올초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도 망사용료가 이슈였으며 김영섭 KT 대표 또한 취임 후 첫 공식행사에서 망사용료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며 “웹 콘텐츠의 중심이 텍스트·사진에서 동영상으로 옮겨가는데다 클라우드 상에서 복잡한 연산을 필요로 하는 AI서비스가 늘어나면서 이 같은 망사용료 논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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