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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전화 안받고 이메일로만 업무”…‘부실’ ‘권위적’ 고객응대 [시그널]

윤창현 국민의 힘 의원실

기재부 주관 고객만족도 조사입수

예적금·산금채 개선 최우선 분야

필요 시 정부 계속 유상증자 나서

은행 차원 고객관리 필요성 적어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산업은행 본점. 산업은행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본점의 부산 이전 문제를 두고 뒤숭숭한 가운데, 은행 영업의 기반인 예금과 산업금융채권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최하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과 보증 업무에서도 직원들이 권위적이며 이메일로만 업무를 진행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계에서는 국책은행으로서의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 힘 의원실에 따르면 ‘2022년도 기획재정부 주관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산업은행의 최우선 개선 사업분야로 전체 7개 부문 가운데 예금·적금이 1순위로 꼽혔다. 2순위는 산금채, 3순위는 신탁이었다. 대출과 트레이딩, 보증, 벤처투자가 뒤를 이었다.

예·적금 고객만족도 점수 82.1점 최하위…“소극적으로 응대”, “전문성이 부족하고 형식적” 지적


산은은 지난해 원화 대출금 평균 잔액이 130조337억 원이다. 가계대출이 1946억 원이고, 기업대출은 129조8391억 원으로 약 99.85%를 차지한다. 대출을 위한 자금은 원화 예수금 47조9929억 원(15.53%), 산금채 114조5312억 원(37.08%)에서 조달했다.

하지만 자금 조달 부문의 만족도가 크게 부족했다. 예·적금의 고객만족도가 82.1점으로 7개 부문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실제 KSA 한국표준협회가 산은에서 예·적금 거래를 한 경험이 있는 191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을 보면 ‘금리가 낮아 올렸으면(17.3%)’, ‘지점확대(9.3%)’, ‘친절했으면(1.9%)’ 등의 응답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구체적으로 ‘소극적으로 응대한다’, ‘(산은 직원이) 권위적이다’, ‘불친절하다’, ‘사후관리가 미흡하다’, ‘정보제공이 미흡하다’, ‘만기시점 일정 안내가 촉박하다’, ‘담당자의 업무 전문성이 부족하다’, ‘상품 설명이 적다’ 등의 불만이 쏟아졌다.

‘언제나 고객과 함께 합니다’라는 문구가 내걸린 산은 홈페이지. 기재부 주관 고객만족도 조사에서는 예적금과 산금채 분야 등에서 고객 응대에 전문성이 부족하고 권위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산은 홈페이지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산은은 강만수 전 회장 재임 시절 개인금융을 크게 확대했다가 이후 대폭 축소해왔다”며 “기업거래가 많다 보니 친절도가 아무래도 시중은행보다 낮을 수 있다. 특히 국책은행이면서 각종 대출과 지원,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쥔 구조조정 업무를 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직원들은 모르겠지만 고객들 눈에는 여전히 권위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금채도 비슷하다. 표준협회가 119명을 상대로 조사해보니 ‘형식적이다’, ‘서류제출 시 사전 안내가 미흡하다’, ‘국가기관 역할이 부족하다’, ‘문자 안내가 미흡하다’ 같은 개선요청 의견들이 나왔다. 윤창현 국민의 힘 의원은 “산업은행이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예금과 채권 업무는 공통적으로 사후관리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며 “만기전 안내 등 상품판매 이후의 고객감동 경영에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표준협회도 “예·적금 사업의 가중치에 비해 고객만족도 점수는 가장 낮아 최우선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사후지원 및 관리 부분에서 불만족 비율이 높은 근본적인 이유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산금채는 사후 관리가 미흡하며 업무처리의 신속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고 강조했다.

“대출 업무 이메일로만 진행·트레이딩은 기본 CS 교육해야”…“벤처투자, 관료적 업무진행 많아”


대출과 보증 지원 같은 업무 역시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불편사항이 적지 않았다. 대출 사업의 경우 대출 신청 및 접수 같은 업무절차와 사후 지원 및 관리에서 고객들의 어려움이 가장 컸다. 구체적으로 △제출서류가 많고 △절차가 복잡하며 △신청절차가 까다롭고 △홈페이지 이용이 어렵다 △담당자가 이메일로만 업무를 진행한다 등의 지적이 나왔다.



표준협회는 “대출신청과 지원 단계에서 중복 제출되는 서류가 없는지, 신청 절차 시 발생하는 불편함은 어떤 것이 있는지 파악해 제출서류 간소화 등 업무절차의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며 “사후지원 및 관리 단계에서는 대출과 관련해 바뀐 내용 및 일정 안내가 부족하고 피드백이 적다고 느끼는 고객들이 많이 지속적인 관심 및 관리가 있어야 한다”고 적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서울경제DB


트레이딩 부문은 △담당자가 자주 변경된다 △담당자 찾기가 어렵다 △소통이 어렵다 △신속성·유연성이 부족하다 △제출서류가 많다 등의 불만이 제기됐다. 표준협회는 트레이딩을 진행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고객만족(CS) 교육을 통해 변화하는 고객 트렌드를 살펴보고 고객에게 더 다가갈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금융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CS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은 기본적인 고객응대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보증사업의 경우 고객들의 공통된 불편사항이 신속성이었다. 보증사업은 △업무처리가 늦다 △통화연결이 어렵다 △절차가 복잡하다 등의 문제점이 거론됐다. 표준협회는 “업무 프로세스 매뉴얼을 개정해 보다 적극적이고 신속한 응대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개선시급도가 가장 낮은(상대적 만족도 가장 높음) 벤처투자는 △사후관리가 지나쳐 본업에 방해 △관료적 프로세스가 많다 등의 얘기가 나왔다.

“필요하면 언제든 정부 증자”…HMM(011200) 매각 실사 제대로 안 돼 인수후보자 ‘부글부글’


이 같은 상황은 기본적으로 국책은행, 그 중에서도 대기업을 위주로 상대했던 산은의 업무 특성과 관행이 남아있기 때문 아니냐는 해석이 흘러나온다. 관료적 업무처리나 직원 편의대로 이메일로만 업무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 그 방증이다.

수익성이나 대출 부실에 따른 문제가 생겨도 언제든 정부가 나서 증자를 해주는 것도 한몫한다. 고객보다는 청와대나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산은은 다음달 5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23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다. 5월에 이은 두 번째 유상증자로 산은은 올 들어서만 정부로부터 7800억 원을 지원받게 된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모든 직원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은행이 기업이나 고객보다 우위에 있다는 마음가짐을 아직 버리지 못한 이들이 있는 것 같다”고 추정했다.

고객만족도 조사 대상은 아니지만 산은이 추진하는 HMM 매각 같은 기업 처리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국가기간산업으로 볼 수 있는 해운사를 매각하면서 국회와 언론을 비롯해 해양수산부 같은 주무 부처에 매각과 관련한 충분한 설명이나 정보공유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HMM 인수 후보 가운데 한 곳이 매각주관사인 삼성증권에 항의공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 공문에는 HMM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어 매각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이달 초 하림과 동원, LX를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로 선정한 뒤 후보들에게 두 달 여 간의 실사 기간을 줬다. 실사는 가상데이터룸(VDR)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여기에서 제공되는 자료가 부실하다는 것이다.

HMM은 산은 주도로 매각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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