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싸워준 하리모토에게 고맙습니다."
아시안게임 동메달 확보에 성공한 장우진(28)이 한국 남자 탁구의 에이스다운 품격도 보여줬다. 장우진은 30일 중국 항저우의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남자 단식 8강전에서 일본 최강 하리모토 도모카즈를 상대로 게임 점수 4대3의 대역전극을 펼쳐 보였다.
장우진은 처음부터 하리모토의 빠른 공격에 밀리더니 1~3게임을 연달아 내줬다. 한일 에이스 맞대결은 일본의 낙승으로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4게임부터 장우진이 필사의 추격을 시작했다. 하리모토의 대각 공격 코스를 차단하고 장기인 포핸드 결정력을 살려 나갔다.
4게임에서 11대9로 승리하며 힘겹게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장우진은 8차례나 듀스가 선언된 5게임에서 행운을 맞이했다. 15대14로 앞선 상황에서 하리모토가 다리를 불편해 하기 시작한 것. 주세혁 남자 대표팀 감독에 따르면 하리모토의 오른 허벅지에 심하게 쥐가 났다고 한다. 하리모토는 끈질기게 투혼을 발휘했으나 정상적인 경기 운영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장우진이 잇따라 세 게임을 따내고 대역전승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실력과 포기하지 않는 정신에 행운이 더해 만든 귀중한 승리였다.
경기 뒤 취재진과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장우진은 "(0대3으로 밀릴 때) 감독님이 한 게임만 따보자고 말씀을 해주셔서 승패나 결과보다는 한 게임, 한 게임에만 집중하다가 운이 따른 것 같다"면서 "마음을 비우면서 반 포기 상태로 했더니 안 되던 기술도 들어가면서 자신감을 많이 찾았다"고 추격을 시작한 국면을 복기했다.
장우진은 하리모토를 향해 존경을 보냈다. "6세트에서 포기할 줄 알았는데 끝까지 경기해준 것이 많이 고마웠다. 하리모토는 실력도 톱클래스이지만 그런 (상대와 경기를) 존중하는 태도도 톱클래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장우진은 하리모토와 역대 전적에서 3승 4패로 격차를 좁혔다. 이제 다음 상대는 중국의 세계 랭킹 1위 판전둥이다.
장우진은 판전둥과 상대 전적에서 6전 전패를 기록 중이다. 만약 판전둥에게 승리한다면 김택수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이 금메달을 따냈던 1990년 베이징 대회 이후 한국 선수로 33년 만에 아시안게임 남자 단식 결승에 오른다.
장우진은 "중국 선수들과 싸우기 전에 외우는 나만의 주문이 있다. 한 게임만 먼저 뽑아보자는 생각만 한다. 그러다 보면 좋은 흐름이나 자신감이 생긴다"면서 "판전둥을 편한 마음으로 공략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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