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결에서 완패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8강에서 마친 여자 축구 대표팀의 에이스 지소연(수원FC)은 석연치 않은 판정에 화를 참지 못했다.
지소연은 30일 중국 원저우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한과의 8강전을 마치고 취재진을 만나 "축구하면서 심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싶지는 않지만 오늘 경기는 정말 심판 능력과 자질을 의심할 만한 경기"였다고 밝혔다.
콜린 벨(잉글랜드)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 대표팀은 이날 북한에 1대4로 대패해 4강행이 불발됐다. 지난 3개 대회 연속 동메달을 획득했던 한국 여자 축구가 아시안게임 4강에 들지 못한 건 25년 만이다.
한국은 이날 북한과 전반 1대1로 맞섰으나 전반 막바지 공격수 손화연(현대제철)의 퇴장이라는 악재를 맞았고 후반에 3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지소연은 "오늘 심판의 결정이 너무 큰 영향을 줬다. 축구하면서 이렇게 불공정한 경기는 처음이었다"고 일갈했다. 그는 "손화연의 퇴장은 말이 안 된다. 90분 내내 북한 선수와 싸우며 심판 판정에 흐름도 끊겼다"며 "우리가 부족한 것도 많았지만 11명이 싸웠더라면 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제가 태클을 당했을 때 비디오판독(VAR)이 있었다면 퇴장도 나올 만한 파울이 있었다. 후반전에 전은하가 페널티킥을 얻었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경고조차 없었다"며 "심판이 매우 아쉬웠다"고 재차 곱씹었다.
"저도 처음으로 이성을 많이 잃은 경기였다. 흥분한 상태로 심판에게 계속 항의해서 제가 추후 징계를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한 그는 "심판도 징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여러 변수가 있었다고 해도 4골이나 내주고 완패해 조기 탈락한 건 결국 현실이다. 7∼8월 열린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무승 탈락에 이어 다시 메이저 국제대회에서 일찍 짐을 싼 것이 한국 여자 축구의 현주소다.
지소연은 "벨 감독님이 오시고서 저희가 정말 좋아진 건 사실이지만 '한꺼풀'을 더 벗겨내서 결과를 내야 하는데 항상 고비를 넘지 못해서 아쉽다. 오늘 이겼다면 결승까지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고비를 못 넘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월드컵의 아픔 이후 아시안게임을 보고 묵묵히 걸어왔는데 결과가 매우 아쉽고 실망스럽다"면서도 "좌절할 시간이 없다. 다시 올림픽을 보며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패배로 북한과 맞대결 13경기 연속 무승(2무 11패)에 빠진 한국 여자 축구는 공교롭게도 다음달 예정된 2024 파리 올림픽 2차 예선에 북한과 같은 조에 묶여 다시 만난다. "곧 북한을 또 만나야 해서 더욱 좋은 분위기로 가져가고 싶었는데 어려운 경기였다. 축구뿐만 아니라 말싸움으로도 너무 비매너적이라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놓은 지소연은 "다음 대결 땐 오늘과 다른 양상이어야죠"라며 설욕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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