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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떨어지자 고LTV 대출 2배 늘어…부실화 우려

담보가치 하락에 LTV 비율 ↑

하우스푸어 상환 압박 가중





4대 시중은행의 올 상반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80% 초과 대출 채권이 지난해 말보다 두 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담보로 잡은 집값이 하락하면서 LTV 한도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하는 가운데 빚으로 집을 마련한 ‘하우스푸어’들의 상환 압박이 가중돼 이들 대출 채권이 부실화할 위험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LTV 80%를 초과한 대출 채권 규모는 올 상반기 4조 9223억 원으로 지난해 말(2조 4890억 원)보다 97% 증가했다. 은행들은 주택 거래 규제지역에 따라 지난해 이후 LTV를 최대 70%(비규제지역)까지 적용하고 있는데 이를 넘어선 고부담 대출이 반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LTV 60~80% 사이의 대출 채권도 같은 기간 39조 8742억 원에서 68조 8871억 원으로 72%나 급증했다. 반면 LTV가 40% 이하인 대출 채권은 174조 8135억 원에서 156조 3546억 원으로 10.5% 감소한 점을 고려하면 대출 채권 증가의 대부분을 고 LTV 구간이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LTV가 높은 대출 채권이 급증한 것은 전국적으로 집값이 하락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전에 LTV 규제 한도 내에서 대출을 받았지만 주택 가격(담보 가치)이 떨어지면서 LTV 비율이 상승한 것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올 상반기 4.1% 떨어진 데 이어 하반기에도 0.7% 내릴 것이라고 전망한 만큼 은행 대출 채권의 LTV는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여기에 올해 초 수도권 대부분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서 LTV가 높은 신규 대출 취급액이 늘어난 효과도 컸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 50%인 LTV 규제가 70%로 완화되고 다주택자도 주택담보대출이 허용된다.

금리 인상 여파로 위축됐던 20·30대 청년들이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로 부동산 매입을 늘린 것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아파트 거래 신고 건수는 총 8만 8104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26.6%(2만 3431건)를 30대가 사들여 전 연령대 가운데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어 40대가 2만 2575건, 50대가 1만 9104건 순이었다. 서울로 한정해도 30대의 아파트 매입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1분기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은 30.9%(전체 6681건 중 2063건)로 지난해 4분기(22.7%)보다 8%포인트 올랐다. 청년층을 위한 대출 기준이 완화되면서 ‘급매물 잡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지난 ‘1·3대책’을 통해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LTV을 80%까지 높여주고 대출 한도를 4억 원에서 6억 원으로 확대했다.

현재 은행들은 대출 실행 후 집값 하락으로 발생하는 LTV 초과분에 대해서는 회수를 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차주의 상환 능력이 감소할 경우 고LTV 대출 채권은 잠재적인 부실채권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상환 능력이 취약한 고위험 가구 비중은 2021년 말 2.7%에서 올 1분기 5.0%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신용평가사의 한 관계자는 “집값 하락이 지금처럼 계속될 경우 LTV 초과 대출 규모가 급증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는 만큼 부실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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