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출범 5년 만에 가계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공고했던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에 균열을 내고 있다. 인터넷은행들의 개인신용대출 규모는 상위권에 진입했고 새로 출시한 주택담보 및 개인사업자대출 상품들도 빠르게 성장하면서 기존 은행들의 영업 기반을 흔드는 모습이다. 다만 공격적인 외형 성장에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건전성 악화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3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인터넷은행 3사의 올 1분기 기준 원화 대출금 합산 점유율은 2.33%로 2019년 말(0.96%)보다 1.37%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점유율이 1.8%포인트 내린 것과 대비된다. 예수금에서도 인터넷은행들의 질주가 눈에 띈다. 4대 은행의 원화 예수금 점유율이 2019년 61%에서 올 1분기 57.9%로 줄어든 사이 인터넷은행들은 1.4%에서 3.9%로 2.5%포인트 늘었다.
인터넷은행의 대출 성장을 이끈 것은 가계대출이었다. 중·저신용자를 겨냥해 개인신용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린 것이 주효했다. 일반적으로 중·저신용자 대출은 생활비·생계비 목적인 경우가 많아 수요가 꾸준하다. 인터넷은행은 이 수요를 끌어오기 위해 이자를 깎아주고 대출 상품을 늘렸다. 2금융권 중·저신용자의 대환(대출 갈아타기)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카카오뱅크는 대환대출 서비스 출범 이후 영업일마다 자체적으로 설정한 대환대출 하루 한도를 모두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영향으로 인터넷은행의 개인신용대출 합산 점유율은 12.71%로 전년 말(11.72%) 대비 1%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2021년(8.26%)에 비해서는 무려 4.45%포인트 급증했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국내 20개 은행 중 국민·신한·농협·하나·우리은행에 이어 6위에 오르며 상위권에 안착했다.
인터넷은행들이 주담대에 뛰어든 점도 대출 증가에 한몫했다. 지난해부터 주택 관련 대출 상품을 출시한 인터넷은행들은 올해 들어 시장금리 상승 국면에도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금리 할인 등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인터넷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의 비대면 특성상 인건비, 점포 유지비를 아껴 저렴한 대출금리를 유지한 것이 대출 확장에 주효했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들은 시중은행의 시장 지위가 견고한 기업대출 부문에서도 개인사업자 시장에 뛰어들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올 1분기 기준 인터넷은행 3사의 기업 원화 대출금 점유율은 0.19%에 불과하지만 개인사업자대출 점유율은 0.53%로 지난해 말(0.34%) 대비 빠르게 늘고 있다. 토스뱅크는 개인사업자대출 상품 출시 1년 만에 기업대출 잔액 1조 3098억 원을 기록했고 카카오뱅크도 연말까지 개인사업자대출을 1조 2000억 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인터넷은행의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터넷은행 3사의 올 8월 말 신용대출 연체율은 평균 1.30%로 지난해 말(0.80%) 대비 0.5%포인트 올랐다. 또 3사가 일제히 뛰어든 개인사업자대출의 경우 다중채무자가 많기 때문에 잠재적 부실 가능성이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에 비해 중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인터넷은행 특성상 언체율이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면서도 “대출 부실이 증가하는 것은 좋지 않은 신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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