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9월 우리나라의 무역수지가 37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은 12개월째 감소했지만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가 이어졌다. 주목되는 것은 반도체와 대중 수출이 1년 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하긴 했지만 그나마 올 들어 가장 좋았다는 점이다. 우리 수출이 플러스 전환을 위한 변곡점에 서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3년 9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4% 감소한 546억 6000만 달러, 수입은 16.5% 줄어든 509억 6000만 달러로 각각 집계됐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무역수지는 37억 달러의 흑자였다. 월간 무역수지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15개월 연속 적자의 늪에 빠졌다가 올 6월 흑자로 추세 전환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200조 8000억 원이다. 1~5월까지 쌓인 누적 무역적자 276조 2000억 원을 조금씩 털어내고 있지만 연간 무역흑자 달성은 녹록지 않다.
월간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12개월째 뒷걸음질쳤다. 2018년 12월~2020년 1월(14개월 연속 감소) 이후 최장 기록이다. 다만 9월 수출 감소율(4.4%)은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았다. 올 8월(-8.3%)에 이어 2개월 연속 한 자릿수 감소율이기도 하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 실적인 99억 달러(전년 동월 대비 -13.6%)를 기록했다. 자동차(9.5%), 일반기계(9.8%), 선박(15.4%), 철강(6.9%), 디스플레이(4.2%), 가전(8.5%) 등 6개 주력 품목의 수출이 늘었다. 석유제품(-6.8%)·석유화학(-6.1%) 등도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인 8월 대비 크게 개선됐다.
지역별로는 대(對)중국 수출이 17.6% 줄어든 110억 달러로 올 들어 최고를 기록했다. 대중국 무역수지는 1억 달러 적자였지만 올해 3월 이후 6개월 연속 개선되는 추세를 이어갔다. 올 들어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하던 대아세안 수출은 일반기계·석유화학·철강 등 주요 품목의 수출 증가에 따라 감소율이 한 자릿수(-8%)로 호전됐다. 특히 아세안 수출의 52%를 차지하는 베트남의 경우 2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8월 4.2%, 9월 3.4%)를 달성했다.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의 국제가격이 하락하면서 에너지 수입은 36.3% 감소한 113억 1000만 달러로 나타났다. 비(非)에너지는 산업 생산에 필수적인 철강·석유제품·수산화리튬 수입이 늘었음에도 반도체·반도체 장비 수입이 줄면서 전체적으로 8.3% 쪼그라들었다. 방문규 산업부 장관은 “4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출 감소율과 반도체 수출 최대 실적, 올해 최고 수준의 대중국 수출 등 우리 수출이 플러스 전환의 변곡점에 위치하고 있다”며 “수출 반등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모든 역량을 결집해 총력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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