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남자복식 16강전. 경기 후 한국의 최솔규(요넥스)-김원호(삼성생명)는 우승이라도 한 듯 코트에 무릎을 꿇고 앉아 포효했다.
그럴 만도 했다. 상대는 세계 랭킹 2위의 강호였고 우리는 3세트에 13대19까지 끌려가던 경기를 기적처럼 뒤집었기 때문이다. 세계 15위의 최솔규-김원호는 중국의 량웨이컹-왕창에게 2대1(21대10 18대21 23대21) 역전승을 거두고 8강 티켓을 손에 넣었다.
앞서 세계배드민턴연맹(BWF) 대회에서 량웨이컹-왕창과 세 차례 맞붙어 모두 졌는데 이번에 짜릿한 첫 승을 올렸다.
한 세트씩 주고받은 3세트에 13대19까지 뒤지던 최솔규-김원호는 포기하지 않고 격차를 줄여 경기를 듀스로 끌고 갔다. 5연속 득점으로 18대19로 쫓아갔다가 매치 포인트에 몰려 패색이 짙었으나 두 점을 악착 같이 뺏어내 기어이 20대20을 만들었다. 그러고는 두 번째 듀스인 21대21에서 연속 득점하면서 중국 홈 관중의 뜨거웠던 응원 열기를 차갑게 식혀버렸다.
김원호는 “예전에는 상대가 두려워서 피하는 플레이를 많이 했는데 오늘은 ‘지더라도 한 번 싸워보자’는 마음으로 들어갔던 것이 잘 된 것 같다”고 돌아봤다. 5일 오전 홍콩과 8강전을 치른다.
여자 단식 최강자 안세영(삼성생명)은 16강에서 압둘 라자크 파티마스 나바하(몰디브)를 21분 만에 2대0(21대4 21대6)으로 돌려 세우며 2관왕을 향해 순항했다. 라이벌 야마구치 아카네(일본)가 부상으로 기권하면서 2관왕 전망은 더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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