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율과 직결되는 포토리소그래피( Lithography)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연간 최대 1000억 원의 라이선스 비를 지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포토리소그래피 최적화 기술을 개발해 앞으로 적잖은 수입대체효과를 기대합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받은 신영수(56)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석좌교수는 4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포토리소그래피 분야는 소수의 외국 회사들이 과점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대 전자공학 학·석·박사인 그는 일본 도쿄대에서 박사후연구원, IBM TJ왓슨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KAIST에 부임한 뒤 2016년 반도체 전력분석 EDA솔루션 스타트업인 바움디자인시스템스를 창업했다. 현재 시리즈 A 투자 유치를 했고 국내외 다수의 반도체 회사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그는 “반도체 리소그래피는 수율을 결정하는 중요한 단계로 이 과정을 최적화하기 위해 마스크 제작·시뮬레이션·모델링 등이 필요하다”며 “머신러닝을 마스크의 복잡한 패턴을 찾는 과정인 OPC(Optical Proximity Correction)에 적용해 10배 이상 빠르고 해상도가 높은 최적화 기술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리소그래피는 패턴이 새겨진 마스크에 빛을 비춰 그림자를 웨이퍼상에 새기는 과정이다.
신 교수는 “AI 머신러닝을 적용해 리소그래피 전반의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매우 복잡한 반도체 집적회로를 컴퓨터로 자동 설계하는 집적회로설계자동화(Electronic Design Automation·EDA)도 연구한다”고 설명했다. EDA는 반도체가 설계 단계에서 규격을 만족하는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증하는 소프트웨어다. 현재 미국 시놉시스·케이던스, 독일 지멘스 등이 강자며 세계 10위 내에 드는 한국 기업은 없다.
신 교수는 “차별화된 리소그래피 기술로 저나 학생들이 창업해 상업화할 수도 있고 기업에 기술이전할 수도 있다”며 “기업도 그렇지만 학계도 연구의 양을 중요시하는 풍토가 분명히 있는데 저희는 다양한 주제를 연구하면서도 깊이 있게 탐구하려고 노력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인텔 창업자 앤디 그로브는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Only the Paranoid Survives)’고 했고 애플의 스티브 잡스의 생각도 비슷했을 것”이라며 집중력과 끈기를 강조했다.
신 교수는 “현재 전자산업은 반도체와 반도체를 이용한 계산과 정보처리라는 틀 안에 갇혀 있다”며 “이 틀은 인간의 감정을 구현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한계가 있어 그 너머에는 어떤 세계가 있을지 늘 궁금하다. 다만 저나 제 세대가 도전할 주제는 아직 아닌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한편 그는 학생들에게 “어려운 단어와 표현을 써가며 이해 안 되는 얘기를 자주 하는데, 어떤 이론이든 핵심을 이해하게 되면 오히려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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