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지는 가운데 경기 회복마저 더뎌지자 대출 연체 가능성이 큰 취약차주의 비중이 역대 최대로 늘었다. 대외 여건의 급변으로 사각지대에 내몰린 취약차주의 보유 대출 180조 원이 언제 부실화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5일 한국은행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일반 가계와 자영업자가 보유한 대출(총 2534조 2000억 원) 가운데 취약차주의 대출 비중은 7.1%(179조 9000억 원)였다. 취약차주는 저소득 또는 저신용이면서 3개 이상의 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차주를 말한다. 취약차주 비중은 지난해 1분기 이후 4개 분기 연속 늘어나는 등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가계와 자영업자 모두 취약차주 비중이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2년 이후 최고치다.
취약차주는 채무상환 능력이 부족해 대출 연체율이 매우 높다. 청년층만 놓고 보면 올 2분기 전체 대출 연체율이 0.58%인 데 비해 청년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8.41%로 14배가 넘었다. 다른 연령층의 경우도 전체 연체율(0.81%) 대비 취약차주의 연체율(8.61%)이 10배 이상 높았다.
우려되는 것은 2021년 3분기 첫 금리 인상 이후 일반 차주의 연체율이 0.17~0.28%포인트 늘어나는 동안 취약차주는 2.51~2.71%포인트 증가할 정도로 연체율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특히 대출의 질이 낮은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대출 비중이 73.2%로 비자영업자(37.6%)보다 높은 만큼 차환 리스크에도 노출돼 있다. 올 2분기 자영업자 연체액은 7조 3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다. 자영업자가 아닌 일반 가계에서도 정책금융상품 대위변제율이 일제히 상승하는 등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취약차주들은 점차 코너로 내몰리고 있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계대출 증가를 우려하는 것은 결국 그 안에서 부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취약차주는 부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금융기관보다는 공적인 영역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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