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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H지수 6000 붕괴…ELS 7조, 손실구간 진입

5882까지 떨어져 연저점 경신

내년 상반기에만 만기 6조 몰려

7000선 회복 못하면 원금 손실

일부 판매사선 중도해지 권유도


홍콩H지수(HSCEI)가 1년 만에 6000 선이 붕괴되면서 관련 주가연계증권(ELS)에 대거 투자한 개인들이 대규모 원금 손실 가능성으로 노심초사하고 있다. 원금 손실을 피하려면 홍콩H지수가 내년 상반기 내 7000 선을 회복해야 하지만 중국은 물론 글로벌 주식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며 반등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ELS 대란을 우려한 은행 등 일부 판매사들은 ELS 중도 해지를 권유하는 등 수습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미지투데이




5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4일 홍콩H지수는 5882.68까지 주저앉으며 연중 최저점을 찍었다. 지수는 5일 소폭(0.09%) 올랐지만 5887.98에 머물렀다. 홍콩 H지수는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달 27일 올 들어 처음 6000 선이 깨진데 이어 추가로 하락 폭을 키웠다.

지수가 바닥을 치면서 관련 ELS에 투자한 이들은 원금 손실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은 이미 지난해 10월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당시 홍콩H지수가 4900 선까지 떨어지면서 상당수 ELS 상품들이 투자 원금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녹인’ 구간에 진입한 때문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조 458억 원 규모의 홍콩H지수 편입 ELS가 이미 녹인 구간에 들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ELS는 만기 내 지수·종목 등 기초자산 가격이 특정 가격(녹인) 아래로 하락하지 않으면 원금과 약속한 이자를 주는 파생상품이다. 6개월 단위로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돌아오는 조기 상환 기준을 충족하면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고 그렇지 않으면 자동 연장된다. 만기는 통상 3년이다.

다만 녹인이 발생했다고 무조건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만기 상환 시점에 해당 ELS 상품이 시초가의 60~70% 수준을 회복하면 원금 손실은 피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기 시점에도 지수가 녹인 구간 밑일 경우 투자 원금을 전부 날릴 수도 있다.



홍콩H지수를 편입한 ELS 상품의 문제는 만기가 계속 다가오는데 지수가 회복은커녕 더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녹인 구간에 들어선 H지수 편입 ELS의 85.6%에 달하는 6조 281억 원 규모가 내년 상반기 중 만기를 맞는다. ELS는 대부분 3년 만기인 만큼 해당 물량의 대부분이 2021년 상반기 설정된 것으로 추정되는 데 당시 H지수는 1만~1만 2000포인트를 오갔다. 최고점에서 ELS에 투자한 이들까지 모두 원금 손실을 피하기 위해선 H지수가 1만 2000의 60% 수준인 7000선은 넘겨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중국이 기대 이하의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당분간 H지수의 유의미한 반등은 어렵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지난달 발생한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들의 줄도산 위기도 현지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발 고금리 쇼크로 전 세계 증시가 하락 국면에 접어든 것도 부담이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홍콩 H지수와 연계된 ELS 투자자들이 손실을 피하려면 지수가 추가로 30% 정도 상승해야 하지만 그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원금 손실 공포감이 커지자 ELS를 많이 판매한 일부 은행은 최근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은행 측에서 투자자에게 중도 상환을 권유하며 원금 손실을 일부 감수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낫다고 설득하는 것이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에 ELS 시장이 생긴 후 금융위기 시기에도 ELS 상품 투자자들이 만기를 앞두고 이처럼 막대한 손실을 볼 상황에 처한 적은 없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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