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후루 때문에 가게 앞이 너무 끈적거려요.” “대만 카스텔라처럼 금방 인기가 식을까 걱정입니다.”
중국식 디저트 탕후루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각종 논란도 뒤따르고 있다. 쓰레기 문제로 ‘노(NO) 탕후루존’이 생겨나는가 하면 청소년 비만의 원인으로 지목돼 도마 위에 올랐다. 탕후루를 둘러싼 각종 잡음에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2017년 대만 카스텔라 집단 폐업’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6일 오후 서울경제신문이 찾은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탕후루 가게는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붐비는 사람들만큼이나 꼬치 쓰레기도 널브러져 있었다. 바닥을 쓸던 인근 식당 주인은 “녹은 탕후루가 가게 앞을 더럽히고 사람들이 아무 데나 꼬챙이를 버려서 골칫거리”라며 “탕후루 가게에 항의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같은 상황에 급기야 ‘노 탕후루존’까지 등장했다. 홍대입구역 인근 한 타로 가게 출입문에는 탕후루 꼬치 섭취 금지 안내문이 붙었다. 또 다른 복합 놀이시설 입구에도 ‘꼬챙이 종류 반입 금지’라고 적힌 종이 안내문이 내걸렸다. 가게 관계자는 “탕후루 시럽이 바닥에 잘 떨어지는데 끈적해서 닦기 힘들 뿐더러 나무 꼬치가 쓰레기 봉투를 찔러 터트린다”고 설명했다.
과일에 설탕과 물엿을 입혀 겉면을 딱딱하게 굳힌 뒤 먹는 탕후루가 당뇨와 비만의 주범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아동·청소년 비만 및 만성질환 진료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비만 진료를 받은 중학생(13~15세)은 951명으로 2018년 304명보다 3.13배 증가했다. 실제로 사교육 1번가 대치동 역시 즐비한 학원들 사이로 1㎞ 이내에만 탕후루 점포 10곳가량이 들어서 있었다. 이날 친구와 함께 탕후루를 사먹은 김 모(14) 양은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라며 “학원에 올 때 종종 사먹는다”며 탕후루를 들고 연신 사진을 찍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2일 열리는 국정감사에 청소년 당 과다 섭취 문제를 지적하겠다며 달콤왕가탕후루를 운영하는 달콤나라앨리스의 김소향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한 상태다.
각종 논란에도 탕후루 가게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가장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달콤왕가탕후루의 매장 수는 △2020년 16개 △2021년 11개 △2022년 43개에서 현재 약 420개로 지난해 대비 10배가량 늘어났다. 한국특허정보원에 따르면 탕후루 상표 특허 출원도 2019년 8개에서 올해 199개로 급증했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올 7월 말부터 9월 초까지 냉동·간편 조리 식품 분야 10대 인기 검색어 1·2위 모두 탕후루 관련 키워드였다.
하지만 탕후루를 둘러싼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자영업자들은 탕후루가 ‘반짝 유행’에 그칠까 울상이다. 2016∼2017년 사이 인기를 끌다 제조 방식 논란에 휩싸여 불과 1년 새 집단 폐업을 해야 했던 ‘대만 카스텔라’ 사태를 반복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치동에 탕후루 가게를 개업한 지 한 달 됐다는 김 모(44) 씨는 “주거지 인근에서 탕후루 가게가 잘되는 것을 보고 개업했다”면서 “비만의 원인으로 탕후루가 지목돼서 대만 카스텔라처럼 금방 인기가 식을까 봐 걱정”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이어 “제로 슈거로 만들까도 고민했지만 이 역시 몸에 안 좋다고 해서 접었다”며 “국감에 소환되는 대표가 과거 백종원 대표가 국감에서 말했던 것처럼 잘 말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홍대에서 탕후루 가게를 운영 중인 심 모(43) 씨도 “1개당 설탕 15~20g이 들어가 도넛보다 덜 단 수준인데 비판을 너무 받고 있다”며 “탕후루가 암의 원인이라고만 안 하면 다행”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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