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판매되는 삼성전자 제품 대수가 5억 대를 넘어섰습니다. ‘허브 에브리웨어’ 전략으로 모든 기기가 연결돼 진화된 솔루션을 제공할 것입니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겸 부회장)
5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삼성 개발자 컨퍼런스(SDC) 2023. 3000여 명의 참가자들이 집 내부 공간처럼 구성된 부스를 돌며 스마트 가전 기기를 체험하고 도장 찍기를 하는 데 한창이었다. 주방에 들어선 참가자들이 삼성 스마트 레인지에 음식을 넣자 디스플레이에 ‘떡갈비, 2개’가 나타났다. 카메라로 인식된 음식물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해당 음식에 맞는 온도와 시간 등을 조절하며 최적화 조리법을 추천한다. 기존 전자레인지와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수많은 버튼이 사라졌다는 것. 이용자가 할 일은 그저 레인지 문을 닫고 시작 버튼을 누르는 게 전부다. 카메라 월 오븐의 경우 이미 80개 이상의 요리를 인식해 각 요리에 최적화된 조리 방법을 학습했다. 또 삼성 헬스의 건강 정보를 쿠킹 기능과 연결해 음식 성분과 칼로리 등을 점검하고 이를 다시 건강 정보에 반영할 수 있다.
기존에는 TV 등 일부 고급 가전만 똑똑하게 만들었다면 삼성전자가 이제는 세탁기부터 오븐까지 디스플레이를 가진 모든 가전이 스마트폰처럼 기능하며 서로 연결돼 가정 내 스마트홈 생태계를 고도화하는 데 나선다.
이날 한 부회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삼성 기기 개수만 5억 대가 넘었을 뿐만 아니라 삼성 계정을 이용하는 고객이 6억 명에 달한다”며 이 같은 거대한 스마트홈 생태계를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인 ‘삼성 스마트싱스’ 생태계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스마트싱스 구축을 위해 업계 표준인 매터를 도입해 기기 간 장벽을 없앤 데 이어 연결성 확장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한 부회장에 이어 발표에 나선 정재연 삼성전자 디바이스 플랫폼 센터 스마트싱스 팀장(부사장)은 “지난해 SDC 이후 일 년 만에 스마트싱스 신규 이용자가 5000만 명이 늘어나는 성과가 났다”며 매년 5000만 명씩 3년 내 5억 명 달성의 목표를 더욱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테면 집에서 스마트폰을 잃어버렸을 때 AI 비서인 빅스비에 물어보면 TV가 울리며 스마트폰의 위치를 알려주고 현관에서 초인종이 울리면 듣고 있던 하만 스피커의 음량이 자연스럽게 줄어들며 이용자의 삶을 최적화하는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자신감에는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IoT)용 운영체제(OS)인 타이젠의 고도화가 영향을 미쳤다. 일부 경쟁사들이 음성 인식 스피커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홈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만 가전 간 자유로운 연결 시스템을 확보한 업체는 드문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한때 스마트폰 OS였던 타이젠을 가전 기기의 스크린에 탑재하면서 AI 기능을 대폭 구현했다. 타이젠의 ‘홈AI엣지 허브’ 기술을 통해 일반 가전에서도 컴퓨터 비전 인식, 음성 인식 등 다양한 기능이 가능해졌다. 권호범 삼성전자 수석연구원은 “타이젠 OS가 3억 5000개의 기기에 탑재됐다”며 일반 소비자용 스마트 모니터부터 기업간거래(B2B) 기기인 샤이니지까지 타이젠 생태계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전날 공개된 신제품 삼성 스마트태그2까지 합세해 삼성 기기 생태계 연결에 가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전작에 비해 보안성을 대폭 강화한 스마트태그2는 신용카드 등의 형태로도 제작돼 휴대성을 극대화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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