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로 국제 금융·외환시장의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9월 말 외환보유액 잔액이 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 간 금리가 사상 최대 차로 뒤집힌 상태에서 기준금리 인상 없이 강달러를 버티다가는 외환보유액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한국은행은 9월 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4141억 2000만 달러로 전월 말보다 41억 8000만 달러 줄었다고 밝혔다. 8월(-35억 달러)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다. 글로벌 강달러의 여파로 환율이 1400원을 훌쩍 넘었던 지난해 10월(4140억 1000만 달러)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지난해 말(4231억 6000만 달러) 대비로는 90억 4000만 달러 축소됐다.
외환보유액 감소세가 나타나는 것은 8월 이후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로 시장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8월 말 1323.4원에서 9월 말 1349.3원으로 25.9원 오르면서 원화 가치가 하락하자 이를 방어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로 인한 일시적 효과를 포함한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로 외환보유액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말 106.23으로 전월보다 3.0% 상승하면서 유로화 등 다른 통화로 보유 중인 자산 가치가 줄어든 영향도 있었다. 문제는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에 시장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 1375원 열어둬야”…변동성 커 시장 개입 강해질 듯
美 경기 하방 압력 가시화에 달려
강달러 완화 시점은 연말 가능성
올 4월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14.2원 오른 1363.5원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환율 변동성이 커질수록 당국의 시장 개입 강도도 강해질 수밖에 없다.
이미 당국은 환율 방어를 위해 개입에 나섰다. 상반기에만 외환시장에서 보유 자산 80억 7300만 달러를 순매도했다. 올해 상반기 평균 환율(1295.8원) 기준으로 10조 4500억 원 규모다. 당국도 변동성 국면이 계속된다면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5일 출입 기자단 워크숍에 참석한 자리에서 “(명절 연휴에 따라) 변동성이 (4일) 한꺼번에 반영된 것”이라며 “이런 변동성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변동성이) 계속된다면 시장 안정화 조치가 가능하다”며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을 시장에서 흡수할 수 있을지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도 당분간 달러 강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4분기 원·달러 환율 전망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달러 강세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단기 방향성이 달러 강세로 쏠린 점을 고려하면 원·달러 환율 상단을 1375원까지 열어 둘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금리, 경기, 위험 회피 측면에서 당분간 강달러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달러 강세가 완화되는 시점은 미국 경기 하방 압력이 가시화되는 연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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