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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3벌 4만9900원' 실종…위기의 홈쇼핑, 올 겨울 더 춥다

늦더위에 9월 패션매출 30% 뚝

파격조건 '가성비 제품' 사라져

'백화점 입점상품' 홍보도 무용

PB·LB 강화로 실적부진 타개


홈쇼핑 업계가 ‘깜짝 추위’로 학수고대하던 패션 성수기를 맞이했지만 고물가 탓에 파격적인 조건의 ‘가성비’ 제품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TV 시청 시간 감소, 송출 수수료 부담 증가, 백화점 점포 확대 등 업계의 발목을 잡는 구조적인 악재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데 고물가라는 파고까지 맞닥뜨린 것이다. 업계는 고물가 시대 수익성 제고를 위해 패션 자체브랜드(PB)와 라이선스브랜드(LB) 종류를 늘리고 캐릭터 운영 등 신규 사업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홈쇼핑 의류 단골 메뉴였던 ‘3벌에 4만 9900원’ 패키지 상품이 좀처럼 방송에서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부자재 값이 너무 올라 예전에는 3벌에 4만 9900원이던 제품이 지금은 2벌에 4만 9500원에 나오는 실정”이라며 “옷에 다는 단추 값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단추를 붙이는 비용도 오른 마당에 업체에 무턱대고 낮은 가격을 요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자 지난달까지 이어진 늦더위로 인한 가을·겨울 옷 판매 부진을 만회하려는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역대 가장 높은 9월 기온을 기록하는 등 늦더위가 이어지면서 긴 옷 등이 좀처럼 팔리지 않아 패션 쪽 매출이 전년 대비 30% 감소했다”며 “이달 들어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 가을·겨울 옷이 잘나가기 시작했는데 고물가로 기대했던 만큼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패션 실적 부진이 더욱 뼈아픈 것은 우선 의류 등 패션이 홈쇼핑의 캐시카우이기 때문이다. 패션 매출이 홈쇼핑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30% 정도 된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패션 실적 부진이 홈쇼핑에서 갖는 의미는 매출 감소 이상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옷 보려고 홈쇼핑 채널을 틀었다가 방송 중인 다른 제품을 사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또 패션 상품은 마진율이 높아 마케팅을 통해 다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패션 매출 감소뿐만 아니라 홈쇼핑을 둘러싼 제반 환경도 업계의 표정을 어둡게 하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외부 활동이 늘어나면서 TV 시청 시간은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는 데다 전국에 백화점 점포가 증가하면서 ‘백화점 납품 제품’이라는 홍보 포인트도 빛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쉽게 말해 예전에는 쇼호스트가 “백화점에 들어가는 물건”이라고 말하면 백화점이 없는 지역의 소비자가 집에서 지갑을 열었는데 이제는 그들이 백화점에 가서 상품을 산다는 것이다. 또 고객이 집 밖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 경우 어떤 전략도 세우기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가 실적 개선을 위해 택한 타개책은 PB·LB 강화다. 가성비 제품을 입점 업체를 통해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직접 제조하는 방식으로 확보에 나선 것이다. CJ온스타일을 운영하는 CJ ENM(035760)은 이달 초 PB ‘바니스 뉴욕’을 출시했다. CJ ENM의 PB는 20여 개에 달한다. 롯데홈쇼핑은 최근 ‘바이브리짓(PB)’과 ‘뎁 플러스(LB)’를 론칭했다. 현대홈쇼핑(057050)은 PB ‘라씨엔토’의 아이템 수를 지난 시즌 대비 3배로 늘렸다. 일부 홈쇼핑의 경우 PB 제품을 무신사 등 다른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벨리곰 캐릭터 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업계는 지속된 경영난에 매년 암묵적으로 조금씩 인력을 줄여왔다”며 “롯데홈쇼핑의 희망퇴직이 혹 업계 전반의 희망퇴직 바람으로 확산하지는 않을지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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