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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스티로폼 쓰레기 산' 없앨 비장의 무기는 '이것' [지구용 리포트]

[친환경 스티로폼 양산 '어스폼']

톱밥·감자껍질·맥주 찌꺼기 등에

버섯 균사 접종시켜 친환경폼 생산

일반 스티로폼보다 탄소배출 80%↓

폐기 과정선 70% 이상 절감 가능

촉감·굳기도 다양해 활용도 높아

"화장품 기업에 완충·포장재 공급

건축 자재 분야 등도 공략 할 것"

지난 4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 추석 연휴가 끝나고 나온 스티로폼이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어스폼은 스티로폼과 비교해 내구성 조절이 자유로우면서도 특별한 조건 없이 일반적인 토양에서 50일 이내에 자연으로 돌아가는 소재를 개발했다. 사진은 어스폼의 다양한 시제품들. 사진 제공=어스폼


지난 추석에도 어김없이 스티로폼(정식 명칭은 발포 폴리스티렌) 쓰레기가 쏟아졌다. 신선식품을 택배로 배달하기 위해 한 번 쓰이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정에서 배출되는 스티로폼 쓰레기는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이 폭증했던 2020년 7만 4815톤을 기록했으며 2021년에도 6만 2223톤에 달했다. 건축 현장 또는 사업장에서 나오는 단열재 같은 스티로폼 쓰레기는 포함되지 않은 숫자다. 스티로폼의 가벼운 무게를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양이 쓰레기로 배출되는 셈이다. 잘 부서지며 하천이나 바다·토양에서 썩어 없어지기까지 수백 년이 걸린다는 특징도 있다. 생산과정에서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인체 중추신경이 손상되거나 피부·눈·호흡기에 자극을 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런 스티로폼을 대체할 친환경 소재는 없을까. 이 질문의 답을 정성일 어스폼 대표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어스폼은 말라 죽은 나무로 만든 톱밥, 맥주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 감자 껍질, 굴 껍데기 같은 부산물로 친환경 포장·완충재를 개발해 양산에 성공했다. 비결은 버섯 균사체다. 톱밥 등의 원료를 몰드(틀)에 담은 후 버섯 균사를 ‘접종’한다. 그러면 균사가 영양분을 흡수하면서 하얗게 자라난다. 균사가 어느 정도 자란 후 몰드에서 꺼내 말리고 굳히면 완성이다. 탄소배출량은 제품 생산과정에서 스티로폼 대비 80% 이상, 폐기 과정에서는 70% 이상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자체 추정하고 있다.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정 대표는 “몇몇 화장품 기업에 포장재·완충재 등을 공급하고 있다”며 “폐기하기 위해 비용과 에너지를 들여야 하는 물질들을 재료로 쓰는 것이 우리의 최대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버섯 균사체가 하얗게 자라나고 있는 샬레(위). 나머지 샬레에는 어스폼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원료가 담겨 있다. 유주희 기자


정 대표는 어떤 재료가 균사의 생장에 최적일지를 꾸준히 실험 중이다. 예를 들어 나무라도 수종에 따라, 얼마나 분쇄해 쓰느냐에 따라 균사의 생장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귤 껍질은 산성이 강하기 때문에 자연추출물로 균사가 좋아하는 PH 농도로 맞춰준다”고 설명했다. 왜 하필 버섯균을 택했는지 묻자 당연하다는 듯 “다른 균들은 웬만하면 유해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내구성은 어떨까. 정 대표가 준비한 샘플들은 각각 촉감도, 굳기도 다양했다. 팽이버섯의 밑둥을 연상시키는, 잘 부스러지는 제품이 있었는가 하면 벽돌만큼이나 단단한 제품도 있었다. 정 대표는 실제로 “필요하다면 못을 박아서 쓸 수 있을 만큼 단단하게 만들 수 있다”며 “원료 배합 방법, 온도 등 배양 조건에 따라 얼마든지 내구성 조절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어스폼을 설립한 제민(왼쪽부터) 팀장과 정성일 대표, 김용현 최고전략책임자(CSO). 사진 제공=어스폼


무엇보다 생분해가 빠르다. 별도의 온도·습도 조건 없이 일반적인 토양에서 50일 이내, 바다에서는 150일 이내에 자연으로 돌아간다. 자연의 소재로만 만든 덕분이다. 정 대표는 “잘 부숴서 버릴수록 생분해가 빠르다”며 “잘게 부순 낙엽을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제품의 용도에 따라 빠른 생분해가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스티로폼 부표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어스폼 제품에 자연추출물로 만든 코팅을 추가로 입혀야 한다. 그래야 수년 이상 부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과 성능을 동시에 추구하다 보면 생산원가가 비싸질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정 대표는 가격 경쟁력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어스폼은 고사목 톱밥, 맥주 찌꺼기 등 사실상 공짜로 조달할 수 있는 원료가 많은 반면 스티로폼은 탄소국경세, 생산자재활용책임제(EPR) 등 친환경 규제 강화로 가격이 점점 비싸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그는 “분리배출이 애매한 화분 같은 제품군, 바다의 부표, 건축 자재 등 어스폼이 진출할 분야가 아주 많다”고 말했다. 물론 일회용 스티로폼 박스나 용기 시장도 유력하다. 미국 메인주와 뉴욕주, 뉴질랜드, 캐나다, 베트남 등이 특히 요식 업종을 중심으로 일회용 스티로폼 용기에 대한 사용·판매·수입·생산을 규제 중이거나 규제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바다의 스티로폼 부표가 금지됐다. 전 세계적으로 스티로폼의 전성기가 저물고 있다는 점만은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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