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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에 공개된 ‘엑시노스 ’… 삼성의 AP 흑역사 끝낼까?[양철민의 아알못]?

삼성전자, '엑시노스2400' 공개

성능 논란 이후 2년만에 신제품

아이폰에 AP 공급했던 1등기업

현재 미디어텍·화웨이에도 밀려

'엑시노스 역할론' 목소리 커져

스마트폰·반도체 판도 뒤집어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2400’은 삼성전자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삼성전자는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미주 총괄 본부에서 ‘삼성 시스템LSI 테크 데이 2023’을 열고 엑시노스 2400을 공개했다.

엑시노스 2400은 ‘삼성이 제대로 칼을 갈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가파른 성능 향상이 눈에 띈다. 우선 전작인 ‘엑시노스 2200’ 대비 중앙처리장치(CPU) 성능은 1.7배, 인공지능(AI) 연산 속도는 14.7배 향상됐다. AI 관련 연산을 지연(Latency) 문제가 불가피한 중앙서버와의 정보교환 방식이 아닌 일반기기에서 처리하는 이른바 ‘엣지 컴퓨팅’이 대중화 된 만큼, AI 관련 연산 기능을 대폭 끌어올리며 퀄컴 등 경쟁업체의 AP와 차별화 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빛을 추적해 그래픽 업스케일링 등이 가능한 레이 트레이싱(Ray Tracing), 빛의 반사효과 및 그림자 경계를 현실 세계와 유사하게 표현하는 리플렉션·섀도 렌더링(Reflection·Shadow Rendering) 등의 그래픽 기술을 탑재했다. 플래그십 스마트폰 이용자 중 고성능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 많은 만큼, 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맞춤형 성능 개선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그래픽 성능 개선을 위해 엑시노스 2400에는 AMD의 최신 아키텍처 RDNA3 기반의 ‘엑스클립스 940 그래픽 처리장치(GPU)’가 탑재됐다.

삼성전자는 이외에도 텍스트를 이미지로 변환하는 멀티모달 기반의 생성형 AI 기술도 선보였다. 2억 화소 이미지센서 기반 초고해상도 특수 줌 기술인 ‘줌 애니플레이스(Zoom Anyplace)’를 공개하기도 했다. 줌 애니플레이스는 움직이는 사물을 최대 4배 확대해도 화질 저하 없이 동시에 촬영할 수 있는 기술로, 화면 확대시 AI 기술이 사물을 자동 추적하도록 했다.

2년간의 절치부심.. ‘왕의 귀환’ 가능할까


엑시노스의 신규 버전 공개는 2년여만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엑시노스 2300 개발 로드맵을 중단하고 시스템LSI 사업부의 AP 개발역량을 이번 엑시노스 2400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선택·집중 전략은 사실상 불가피했다. 삼성전자는 2021년 ‘엑시노스 2200’을 탑재한 ‘갤럭시 S22’ 을 선보였지만 발열과 성능 저하 및 게임최적화(GOS) 이슈 등으로 상당한 논란을 겪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올 초 선보인 ‘갤럭시S23’에는 엑시노스가 아닌 퀄컴의 AP ‘스냅드래곤8 Gen2’가 탑재되며 “엑시노스가 탑재된 삼성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2025년에나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전자로서는 과거의 영광을 생각한다면 지금과 같은 엑시노스의 기술력 논란에 씁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삼성의 AP 기술력은 2010년정도 까지만 해도 업계 최고 수준이었다. 실제 애플의 아이폰3GS에는 삼성전자가 여타 업체와 공동 설계하고 삼성 파운드리를 통해 제작한 ‘허밍버드(현 제품명:엑시노스 3110)’ AP가 탑재됐으며, 아이폰4에 탑재된 애플의 ‘A4’ 또한 사실상 허밍버드의 파생AP로 취급받았다.



AP 시장에서 삼성의 지위가 흔들린 것은 애플의 AP 기술독립 의지와 관련이 깊다. 우선 애플은 삼성의 허밍버드 개발에 참여했던 기업 ‘인트린시티(Intrinsity)’를 2011년께 약 1억2000만 달러에 인수하며 자체 AP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애플은 현재 iOS 기반의 자체 소프트웨어와 이른바 ‘A 시리즈’라 불리는 자체 AP로 반도체 설계 역량에서 ‘외계인을 고문한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애플의 AP 기술독립이 삼성에 안겨준 타격은 이 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게도 해당 이슈는 악재였다. 아이폰4S 시리즈까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생산을 도맡았던 애플의 AP는 아이폰5에 탑재된 ‘A6’ 시리즈부터 TSMC와 병행 생산 체제로 바뀌었다. 아이폰7에 탑재된 ‘A10’부터는 아예 TSMC가 애플칩 전량을 생산하고 있다. 애플과 함께 비상했던 삼성전자의 AP와 파운드리 사업 모두, 애플과 결별하면서 사실상 하향세로 접어든 셈이다.



독사 잡으려다 빈손으로…삼성의 ‘몽구스 프로젝트’


삼성전자 또한 손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2015년 미국 텍사스에 자리한 오스틴연구개발센터를 중심으로 AP용 중앙처리장치(CPU) 기술독립을 목표로 한 이른바 ‘몽구스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2012년 퀄컴이 코브라의 한 종류인 ‘크레이트(Krait)’를 자체 CPU 브랜드명으로 정하자, 코브라의 천적인 몽구스를 프로젝트명으로 내세워 AP 시장 제패에 나섰던 셈이다. 애플은 자신들이 제작한 AP ‘A' 라인업을 자사 모바일 기기에만 탑재하는 만큼, AP 시장에서 삼성과 애플은 직접적 경쟁 상대가 아니였다. 사실상 퀄컴을 넘어서면 플래그십 AP 시장에서 삼성을 따라잡을 기업은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2015년 당시 퀄컴의 ‘스냅드래곤 810’ 관련 발열 및 성능저하 문제로, AP시장에서 퀄컴의 위상이 크게 흔들렸다는 점 또한 삼성에게 큰 호재였다.

하지만 이 같은 CPU 기술독립 로드맵이 에상과 달리 지지부진해지며, 몽구스 프로젝트는 시작 후 4년 뒤인 2019년 결국 중단된다. 이후 삼성은 애플이나 퀄컴과의 기술격차가 갈수록 벌어진데다, 중화권 기업인 유니SOC나 미디어텍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장담하지 못한다. 이 중 유니SOC는 화웨이 산하 팹리스 업체 하이실리콘 인력이 그대로 옮겨가 기술력을 고도화 한만큼, 한때 보급형 스마트폰 제조사로 이름을 알렸던 화웨이와 비교해서도 삼성전자 AP 설계능력이 뒤쳐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파운드리에서 반도체까지… 삼성의 미래 좌우할 ‘엑시노스 2400’


이번 엑시노스 2400의 성공 여부는 삼성전자 전사 차원에서 여러모로 중요하다. 업계에서는 TSMC가 설계공정을 빠르게 고도화하는 한편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주된 배경으로 세계최대 단일 AP 설계업체 애플의 물량을 10년 가량 전량 수주한 것을 꼽는다. 파운드리 역량은 반도체 설계업체와의 협업 등을 통해 공정 안정화 및 최적화가 이뤄지는 만큼, 세계 최고 기술자들과 일하고 있는 애플과의 협업은 TSMC에게 매출 증대는 물론 기술노하우 향상이라는 일거양득으로 돌아온 셈이다. 선단공정에서는 TSMC 대비 반걸음 정도 앞선다고 평가받던 삼성 파운드리가, 이제 TSMC 대비 선단공정 우위를 자신할 수 없는 이유 또한 이 같은 TSMC와 애플의 밀월 영향이 크다.



엑시노스2400의 활약에 따라 애플과 TSMC가 보여준 윈윈효과가,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와 파운드리 사업부 간에도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삼성전자의 엑시노스2400 판매량이 늘어날 경우, 삼성 파운드리 또한 안정적 물량 확보가 가능하다. 또 엑시노스가 탑재된 갤럭시 시리즈의 판매량이 늘어날 수록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와 스마트폰 판매를 담당하는 MX 사업부의 이익률 또한 보다 높아질 수 있다.

여기에 엑시노스 판매량 증가가 퀄컴과의 AP 구매 논의시 협상력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각종 IT기기의 성능개선으로까지 연결된다는 점 등 엑시노스 성능 개선이 삼성전자에 가져다 주는 이익이 여러모로 상당하다.

다만 엑시노스 2200 관련 트라우마가 여전한 삼성전자가 당장 내년 1월 공개를 앞둔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엑시노스 시리즈를 탑재할 지 여부는 미지수다. IT 업계 관계자는 “엑시노스 2400이 갤럭시S24에 탑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미국보다는 유럽향 또는 국내향 제품에 탑재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엑시노스가 최근 몇년간 신경망처리장치(NPU) 등 AP에 탑재되는 여타 칩의 경쟁력을 경쟁우위 요소로 내세웠지만, 이제는 발열방지나 최적화 등에 보다 집중해 최근 몇년간 이어 온 '삼성의 AP 흑역사'를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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