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5000만원인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 조정이 이번에도 불발될 전망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예금자보호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논의가 제기됐지만 결국 현행을 유지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의원실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5일 정무위에 보고한 ‘예금보험제도 개선 검토안’에서 “향후 찬·반 논의, 시장 상황 등을 종합 고려해 상향 여부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당장 급하게 추진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 개정안은 총 11건으로, 보호 한도를 1억원 또는 2억원으로 높이는 내용 등 다양하다. 우리나라는 2001년 2000만원이던 예금자 보호 한도를 5000만원으로 올린 후 지금까지 23년째 한도가 그대로다. 국내 은행에서 계좌당 5000만원을 넘는 예금은 작년 6월 기준 전체 예금의 65.7%인 1152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보호 한도를 높이자는 의견과 2금융권으로의 자금 쏠림이나 예보료 인상에 따른 소비자 부담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함께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가 공개한 연구 용역 결과에 따르면 보호 한도를 1억 원으로 올리면 은행에서 저축은행으로 자금 이동이 나타나고, 이로 인해 저축은행 예금은 16~25% 가량이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동 자금은 은행 예금의 1% 수준으로 전체 시장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저축은행 업권 내 과도한 수신 경쟁이 벌어질 경우 일부 소형사에는 충격이 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도 상향 시 보호 한도 내 예금자 비율은 98.1%에서 99.3%로 1.2%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치는 등 실익도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 한도가 5000만 원으로 유지되더라도 사회보장적 상품 등에 대한 별도 한도 적용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금융위는 2015년부터 확정기여형(DC형) 및 개인형(IRP) 퇴직연금의 예금에 대해 일반 예금과 별도로 5000만 원의 보호 한도를 적용해왔으며, 연금저축(신탁·보험), 사고보험금,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등에 대한 별도 보호도 시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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