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유지했다. 단 내년 전망치는 3개월 만에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 성장률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1%대로 내려앉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IMF는 이날 ‘10월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제시했다. 올 7월 내놓았던 기존 전망치(1.4%)를 유지한 것이다. 반면 미국(2.1%)과 일본(2.0%)은 각각 0.3%포인트, 0.6%포인트 올렸다. 중국(5.0%)은 0.2%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기존 전망치(3.0%)를 유지했다. IMF는 “코로나19 종식으로 올 상반기 서비스 소비가 급증했다”며 “미국·스위스발(發) 금융 불안이 조기에 진정돼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4%에서 2.2%로 0.2%포인트 낮췄다. 정부(2.4%)와 한국개발연구원(KDI·2.3%)보다 낮고 한국은행(2.2%)과 같은 수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1%), 국회예산정책처(2.0%)와 비교하면 0.1~0.2%포인트 높다.
IMF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낮춰 잡은 것은 중국 경기 침체와 글로벌 제조업 부진을 고려한 결과다. IMF는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도 기존 4.5%에서 4.2%로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3.0%에서 2.9%로 0.1%포인트 낮췄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의 관건은 중국의 경기 반등 여부”라며 “극적인 반등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고유가, 긴축 기조 장기화, 중국 경제 부진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싼 제반 환경이 그만큼 좋지 않다. 특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마저 불거지면서 전망의 톤은 더 어두워지고 있다. 새 수출 시장인 중동의 불안감, 석유 수급 악화에 따른 고유가 심화, 원가 부담 증가에 의한 수출 부진 등의 악재가 혹처럼 붙을 판이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도 잠재성장률(약 2%)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곳이 부쩍 늘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씨티그룹·골드만삭스·JP모건·노무라 등 8개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제시한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평균치는 1.9%(9월 기준)로 기존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중동전쟁이 반영되기도 전에 내년 성장률 2.0%가 붕괴된 셈이다. 만약 경제성장률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1%대를 기록하면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54년 이후 처음이다.
IMF는 특히 고물가에 주목했다. IMF는 한국 등 대부분의 국가가 2025년께 물가 안정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올해 글로벌 근원물가 상승률도 기존 전망치(6.0%)보다 0.3%포인트 상향 조정한 6.3%로 제시했다. IMF는 “높은 근원물가로 물가 안정 목표 달성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현재로서는 금리 인하 논의 자체가 섣부르다는 게 IMF의 입장이다. IMF는 “물가 상승률 하락세가 명확해질 때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각국 정부에 재정 건전성도 주문했다. IMF는 “통화정책과 발맞춰 지출 감소, 세입 확충 등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재정준칙을 골자로 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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