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020560)과 함께 삼일PwC에 의뢰해 코로나19 이후 아시아나의 자금수지 점검 용역을 맡겼으나 무용지물이 될 상황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경쟁당국의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 인수합병(M&A) 승인이 늦어지자 아시아나의 자금 사정에 문제가 생길지 알아보려던 시도가 물거품이 된 셈이다.
삼일PWC의 연구 용역은 7월부터 실시됐는데 석 달 만에 글로벌 경제 상황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7월 초 대비 16%가량 급등했다. 7월 들어 달러당 1260원 대까지 내려갔던 원·달러 환율도 최근 1350원 안팎으로 치솟았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용역을 마무리할 때인데 처음 설정했던 환율과 유가가 예상 범위를 완전히 벗어나 있다” 며 “아시아나의 독자 생존이 어렵다고 평가해온 금융당국과 산은의 생각과 입장이 굳어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까지 터지면서 항공사 수익을 좌지우지하는 국제유가가 5% 이상 급등한 9일(현지 시간), 금융당국과 산은이 아시아나의 독자 생존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논란이 되는 아시아나 화물 운송 부문 매각을 포함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합병을 마무리 짓겠다는 뜻이다.
산은 사정에 정통한 정부 고위 관계자도 10일 “아시아나가 개별 기업으로서 지속 가능할 확률은 제로” 라며 “항공사는 유가와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체력이 약한 아시아나는) 중동 사태의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대로면 내년에 적자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항공사는 유류비가 매출 원가의 30%가량을 차지한다.
정부와 산은 주변에서는 △영구채 1조1550억 원 제외 시 자본잠식 △리스료 회계처리 변경 효과 △화물기 11대의 노후화 △단거리·중거리 저가항공(LCC), 장거리 대한항공의 비교 우위 △유가 및 환율 급등을 아시아나의 독자 생존이 어려운 이유로 꼽고 있다. 아시아나의 6월 말 현재 별도 기준 자본 총계는 6921억 원으로 자본으로 인정해준 영구 전환사채를 빼면 자본잠식 상태다.
아시아나가 상반기 201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착시효과라는 지적도 나왔다. 아시아나 사정에 정통한 IB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운용리스료를 영업비용으로 처리했지만 2019년부터 감가상각비(영업비용)와 이자비용(영업외비용)으로 나눠 처리해 영업이익이 커진 효과가 있다”며 “아시아나의 부채는 약 12조 원에 달해 금융이자와 리스료로만 1년에 6000억 원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화물 운송 부문이 계속 높은 이익을 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가 보유한 화물기 11대 대부분이 20~30년된 노후기”라며 “해운업에서 보듯 화물 부문의 높은 수익성은 코로나19 특수로 지속성을 보장할 수 없는만큼 어려운 회사 상황에서는 어떤 사업부든 팔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와 대한항공의 강력한 아시아나 합병 의지에도 시장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이날 대한항공에 대해 비용 상승과 아시아나 인수 불확실성이 부담이라며 목표 주가를 3만 6000원에서 3만1000원으로 내렸다. 대한항공은 이날 2.6% 하락한 주당 2만500원, 아시아나는 0.1% 빠진 1만40원에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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